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시너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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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시너지 있을까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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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 시간 조정한다지만 ‘노선 축소 불가피’ 지적
1년 내 갚아야 할 빚 5조2천억원…동반부실 우려도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국내 1·2위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면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동반 부실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우려만큼이나 항공사 간 통합으로 얻는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1조8천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할 계획이다.

정부는 글로벌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항공업도 특단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양대 항공사의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대형 항공사의 통합으로 기대될 수 있는 경쟁력 강화는 우선 노선 스케줄의 다양화로 인한 여객 수송 능력 향상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는 주요 간선 노선을 중복적으로 운영 중이고 운항 시간대도 유사하다. 인천발 뉴욕행 노선권의 경우 대한항공의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7시 30분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20분, 오후 8시 20분으로 비슷하다.

11월 국제선 여객·화물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통으로 운항하는 노선은 48개다. 대한항공만 운항하는 노선은 53개,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는 노선은 14개다.

중복노선의 일부 감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국가 간 항공 협정을 통해 노선 운항권을 취득하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노선을 없애기는 어렵다.

대한항공은 중복노선을 축소하기보다 운항 시간대를 분산 배치해 소비자 스케줄 선택폭을 넓힐 방침이다. 이럴 경우 외국 출발 환승 스케줄도 다양화되면서 환승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한항공이 미국 델타 항공과 맺은 조인트 벤처(JV) 제휴에 아시아나항공도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면서 미주 노선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JV는 항공사 간 좌석 공유를 넘어 노선과 일정까지 공유하는 협력이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유럽 편 항공편이 증가함에 따라 유럽 항공사와 JV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로 양사가 확대하고 있는 화물 사업도 통합 시너지를 받을 수 있다.

각각 운영되던 화물 운송 사업이 통합되면 인천국제공항 환적 화물 운송도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고, 사업량 증가에 따른 화물 원가 인하 효과로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물류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인력 운용도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다. 대규모 노선 축소가 없다면 항공 승무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로스앤젤레스(LA) 등의 해외 지점이 통폐합되며 영업 직원 수는 조정된다.

자체적인 시뮬레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해외에서 교육을 받았던 일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의 시뮬레이터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엔진 정비를 공동 진행하고, 정비 인력과 부품 공유를 통해 정비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정비) 조직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자체 정비 물량 확대로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

항공기 임대나 매매 때 과거보다 대규모 물량을 거래하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정부와 대한항공이 이러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너지 실현 여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노선 축소보다 시간 조정으로 스케줄을 다양화한다는 대한항공의 계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천발 뉴욕행의 경우 양사가 현재 매일 2회 운항하는 노선권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대를 조정해 매일 4회 운항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4회 운항할 정도의 수요가 나오지 않는데, 4회씩이나 운항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통합 이후 신규 노선을 개척한다고 하지만, 결국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노선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중복되는 노선의 항공편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조종사 노조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에 인력을 투입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화물 원가가 낮아지더라도, 대한항공이 화물 운송 비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경쟁이 없어진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운송비를 낮추기보다 공급을 줄이며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장밋빛’ 시너지 실현은커녕 동반 부실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3분기 흑자를 내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지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95%, 53%나 줄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2천291%에 유동 부채만 4조6천억원에 달하는데, 인수 이후 대한항공이 모두 갚아야 할 빚이다.

그렇다고 대한항공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연말에는 1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단기차입금 등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도 5조2천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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