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업계가 사라진 시장 개편 움직임에 “상생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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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업계가 사라진 시장 개편 움직임에 “상생 실종”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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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GS·SK, 참전 준비 ‘착착’…수익원 낙점
쏘카·쿠팡·네이버도 ‘눈독’…이종 합종연횡도
카드사·사모펀드, 중고차 금융 확장성에 관심
“모두 열렸다고 판단”…영세상공인 ‘고립무원’

출구전략 없는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지정 결정의 미루고 있는 사이 대기업을 포함한 모빌리티업계, 금융권 등 투자력을 갖춘 기업들은 진입장벽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시장 진출 이후 수익성을 따지고 있다. 이종업체 간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쿠팡, 네이버 등도 중고차 유관업체와 연계한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 분위기를 타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지만 매매업계는 중기부가 고민하고 있는 ‘상생안’이 어떤 식으로 가닥을 잡는다 해도 현재로선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시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매매단지 형성 이후 가장 큰 격변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독과점 시장에 대한 우려’와 ‘영세 소상공인이 고사 위기’에 대한 관측만 난무하고 있는 중고차 시장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대기업, 준비는 끝났다”…미지정 ‘확신’

업계에 따르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둥지를 틀지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업계에선 기존 중고차 관련 사업을 해 온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현대차 중고차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관련 인력 채용을 대규모로 진행 중이다. 신규 중고차 사업 진출·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관련해서 현대글로비스와 선을 긋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사업은 계열사가 아닌 현대기아차에서 직접 맡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는 것이다.

GS그룹은 렉서스 딜러사인 센트럴모터스를 통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렉서스는 인증 중고차 사업뿐만 아니라 중고차의 해외 수출 사업까지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아직 진출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계열사별로 이미 중고차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고차 시세 조회와 매매까지 할 수 있는 ‘패스 자동차’ 서비스를 출시했다. 렌털·모빌리티로의 전환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SK네트웍스와 협업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대기업의 ‘오픈 플랫폼’ ‘물량 할당제’ ‘점유율 제한론’ 등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다. 일종의 상생안 논의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어 차원 일뿐 공식화 한 내용이 있거나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 중기부의 결정 없이는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이종업계 “중고차, 수익된다” 검토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1위 차량 공유업체인 ‘쏘카’와 ‘쿠팡’까지 사업을 시작 또는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쏘카는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을 선보이면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 600억원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해 기업가치 1조 ‘유니콘’에 등극한 쏘카가 카셰어링을 넘어 모빌리티 사업 분야를 빠르게 확대하는 모양새다. 쏘카는 ‘타다 베이직’이 영업을 종료하면서 신규 먹거리를 중고차 시장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약 1만2000여대의 차량을 카셰어링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으며 매년 3000여대의 차량을 매각하고 신차로 교체한다. 중고차 판매를 통해 매년 교체해야 하는 차량을 캐스팅 서비스를 통해 소화할 수 있게 돼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도 중고차 시장 진입을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쿠팡은 지난 9월 특허청에 '쿠릉' 상표 출원 신청을 마쳤다. 쿠팡은 상표에 대해 자동차 금융업과 자동차보험 관련 상담 및 중개업, 중고차 감정업, 중고차 평가관련 정보 제공업 등을 명시했다. 쿠팡이 중고차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도 바로 시장이 열리면 들어갈 수 있도록 평소 관심이 없던 중고차 사업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된다. 네이버는 최근 케이카, AJ셀카, 엔카, 오토벨 등과 함께 '내차 팔 때 시세' 서비스를 운영·확대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금융권, ‘몸집 키우기’ 한창…“미래 먹거리”

금융시장도 중고차 시장을 보는 눈이 흔들리고 있다. 앞서 중고차 사업에 발을 들인 금융권은 신규 사업으로 앞으로 다가올 치열한 자본 경쟁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각축전이 예상된다. 먼저 카드사들은 캐피털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할부금융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카드사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이다. 이들 3곳은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캐피털사보다 낮은 금리로 경쟁력에서 우위로 올라서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금융은 캐피털사가 전통적으로 장악한 분야이긴 하지만 카드사 역시 이전부터 시장 공략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던 분야”라며 “중고차 거래 비중이 신차 구매 비중보다 더 크기 때문에 중고차 금융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새롭게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는 유망한 미래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몸집 불리기도 심상치 않다. VIG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 등이 대기업의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중고차 브랜드 활성화에 따른 확장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공격적인 유력 중고차기업 지분 인수를 통해 경쟁자인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생길 수 있는 긍정적 경쟁과 시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 고민 ‘실종’…“현실감 없다”

문제는 대기업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급격한 지각변동이 예상되지만 기존 매매업계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지 않은데 있다. 중기부도 상생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매매업계는 미지정시 강경투쟁만을 예고하고 접점이 없다. 일방적인 여론 왜곡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이 기존 사업자들을 ‘불신의 아이콘’으로 호도·일반화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의 타당성을 대변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분위기다.

중고차 문제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기부 장관의 발언들도 매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장 진입 시 대기업의 이익을 제한하는 듯한 ‘이븐 포인트’ 언급이나 최근 ‘프로토콜 경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발언 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 뿐만 아니라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지적이다. 중고차 문제를 보는 중기부 장관의 현실관이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생계형 논란만 증폭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아이디어 단계라는 전제를 했지만 “만일 현대가 중고차 시장에서 10%만 점유(판매)하겠다고 말하면 (지금은 소상공인들이 믿지 못한다)”며 ‘만일 프로토콜 경제가 도입돼서 블록체인이 모든 중고차를 추적할 수 있으면 (현대차의 공약을) 투명하게 알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박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에 기정사실로 보고 대안을 강구하는 어조를 풍기기 때문이다. 매매업계의 목소리를 대기업과 한 자리에서 들으며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별도로 만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매매업계 한 관계자는 “장관의 말을 들으면 이미 대기업은 시장에 들어와 있다”며 “그런 인식에서 나올 수 있는 상생안을 소상공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고차 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프로토콜 경제든 뭐든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런 시스템을 위한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계획이 실종된 채 대기업의 인식 구조 아래 있는 첨단용어를 모두가 후진적이라고 말하는 시장에 도입하는 것을 아이디어라고 자체가 우리를 보는 그의 시각 또는 대기업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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