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미지근한 택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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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미지근한 택배기사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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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 책임, 수입 내역 공개 원치 않아”

‘10명 중 4.6명’ “의무가입 반대”

38.2% “가입의향 전혀 없어”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이하 특고직) 상당수가 ‘고용보험 의무가입’ 건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일 배송 중단(주5일제), 주52시간 시행 등 근로개선을 요구한데 이어, 장시간 고강도 업무환경을 택배기사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하며 4대 보험 납입 대상자인 임금 근로자 수준에 맞춰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전혀 다른 방향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가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료 납세 책임은 물론, 본인 수입 내역의 공개는 회피하면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의 혜택은 적용되기를 원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이중적 행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 1일 공개된 특고직 대상 ‘고용보험 적용에 대한 종사자 의견 조사’ 결과를 보면, 특고직 종사자의 46.2%가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의무가입 대상자로 검토 중에 있는 특고직과 계약당사자인 사업주가 보험료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원하지 않으며, 의무가입 보다는 당사자간 협의를 거쳐 선택토록 하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데 무게 중심이 쏠렸다.

응답자의 38.2%는 가입방식(의무 또는 선택)과 무관하게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앞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조사(11.10) 결과와 상반된 수치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10명 중 8.5명’의 특고직이 고용보험 가입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명 중 6.2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조사는 소득감소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특고직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긍정 응답이 많이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고직이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실업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보험 가입 의향이 없다는 답한 특고직 종사자의 42.1%가 실업위험이 거의 없고 무직 상태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고용보험의 필요성은 낮다고 답했다.

한편, 개인사업자이기도 한 특고직 본인의 소득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1.4%는 소득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점을 반대 이유로 택했는데, 이는 현금거래 관행이 많은데 소득이 노출되면 세금뿐만 아니라 4대 보험에 대한 추가적 책임 부담이 발생하는 점을 지목했다.

임금 근로자의 경우 소득의 1.6%인 보험료를 사업주와 절반(0.8%)씩 나눠 분담하는데, 자영업자 성격이 강한 특고직은 소득의 2.0%인 보험료를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고용보험료 부담(20.7%) ▲실업급여 수급요건 충족 곤란(3.3%)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료 분담 방법에 있어서는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되길 원했다.

특고직의 78.7%는 종사자와 사업주가 고용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특고직이 더 부담할 수 있다는 의견은 21.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사업주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택배 등 특고직 관련 사업주를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는 사업주의 58.3%가 ‘고용보험료는 특고가 더 많이 부담하거나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88.0%가 ▲가입예외 인정(64.2%) ▲임의가입(23.8%)을 희망하면서 고용보험 의무가입 방식에 반대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고용보험 가입 강제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회가 법안을 논의하기 전에 정확한 실태조사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 입장을 조율하는 행정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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