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탄소중립 전략’에 “실효성 의문” 제기-“성장 논리 못 버리면 목표 달성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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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탄소중립 전략’에 “실효성 의문” 제기-“성장 논리 못 버리면 목표 달성 어려워”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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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목표치, ‘IPCC 권고치’ 못 미쳐
정부, 이행 시기·방법 모호 “추가 검토”
탄소세 도입, 경유세 인상 등도 불확실
환경 전문가 “구체적 이행 방안 내놔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향과 분야별 세부 과제를 담고 있다.

이번 전략은 재정 운영 과정에서 탄소배출 억제 메커니즘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분야별 과제를 살펴보면 기존 발표에서 크게 진전된 바가 없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 등이 담겨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7년 대비 24.4%(5억3600만t)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이전에 2030년 목표 상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명시한 이행 계획을 유엔에 제출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2050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관련해서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감축 잠재량, 기술 수준, 비용·편익 분석 결과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국민 참여로 내년까지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이번 추진전략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이행력을 갖췄는지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5억3600만t은 2010년 대비 18.5% 감축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 중간 목표치로 권고한 45%에 한참 못 미친다.

2030년까지 45%를 감축하려면 당장 경제·산업 구조의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에 나서야 하나 정부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이행 시기나 방법 등을 두고는 “구체적인 사안은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또한 석탄·석유 소비 비중이 큰 기존 산업 구조를 저탄소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 저탄소 산업 육성,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 확대 등을 꼽았으나, 세부 과제는 기존 방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기후대응기금 조성 및 탄소인지 예산제도 도입 등 재정 운영 과정에서 탄소배출 억제 메커니즘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처음 소개된 내용이나, 수익원이나 이행 시기 등 구체적인 로드맵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 관련 브리핑에서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느 재원으로 할지와 지출 사업을 어느 곳으로 할지는 좀 더 세부적으로 검토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마 친환경적인 에너지세 개편을 통해 주된 수익원이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만 답했다.

첨예한 이슈인 탄소세 도입, 경유세 및 전기요금 인상 등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소득 분배라든가 물가, 산업경쟁력 등 여러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탄소세의 도입이나 경유세의 인상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2050 탄소 중립 목표가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에 “중장기 전원의 믹스 문제와 관련돼서는 내년에 추진해야 할 관련 법의 법제화, 상위계획과의 정합성 확보, 상황 등을 고려해 제시할 계획”이라는 답변 정도만 내놨다.

또 성 장관은 “2034년까지 현재 석탄발전 60기의 절반인 30기를 폐지하는 등 내용이 9차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환경단체들은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환경’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기존의 경제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고 성장이라는 논리를 한 축에 계속 둔 채 내용만 조금 바꾸는 데 그친다면 2050 탄소중립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중단 등 탈석탄 에너지 전환이 추진되고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중단도 이른 시일 내 이뤄지는 등 기후 위기에 대응을 위한 사회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탄소중립 선언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추진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으나, 탄소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전력 부문의 구체적인 내용 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권 이사는 “특히 정부가 현재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 시장을 어떻게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시장 제도로 개편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50 탄소중립’으로 세계는 녹색 전환중
주요국 적극 대응 나서…정부 “새로운 기회 만들자”

정부가 최근 발표〈사진〉한 ‘2050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넷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지난해 한국을 포함해 121개 국가가 가입한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이 설립되면서 중요 의제로 부각됐다.

파리협정에 따른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의 유엔(UN) 제출 시한이 연말로 다가옴에 따라 주요국은 탄소중립 선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2월 유럽연합(EU)에 이어 올해는 중국(9월 22일), 일본(10월 26일), 한국(10월 28일)이 잇따라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이처럼 탄소중립이 전 세계 공통 목표가 되면서 경제 질서 역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은 이에 맞춰 경영 활동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목표를 실현하기엔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7억2760만t)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남은 기간은 32년에 불과해 EU(60년)나 일본(37년)보다 촉박한 편이다.

산업 구조에서 제조업 비중과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의 비중이 큰 것도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하기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및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28.4%, 8.4%로 EU(16.4%·5.0%), 미국(11.0%·3.7%)보다 모두 높다. 에너지 믹스(구성) 면에서도 석탄발전 비중(40.4%)이 미국(24.0%), 일본(32.0%), 독일(30.0%)보다 크다.

이런 여건에서 산업 구조가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바뀌고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산업계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화력발전,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산업 기반이 약화하는 데 따른 일자리 감소와 전기요금, 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등 물가 상승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산업 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새로운 국제 질서 대응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탄소중립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주력산업의 투자 및 글로벌 소싱(대외구매) 기회가 제한되는 등 수출, 해외 자금 조달, 기업 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EU, 미국 등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면 석유화학, 철강 등 고탄소 집약적인 국내 주력산업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국내 산업계가 보유한 배터리, 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하면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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