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정부 정책에 뒤통수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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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정부 정책에 뒤통수 맞았나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0.12.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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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 찌르지 못한 택배시장 대책
금전적 보상 없고, 되려 경제활동 제동
무거워진 납세 책무…“모든 수입원 공개해야”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원님 덕에 나발 불 뻔한 택배기사들이 결국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금전적 보상을 핵심으로 줄기차게 근로개선을 촉구해 왔으나,토요일 배송을 금하는 주5일, 52시간 근무제로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리는가 하면, 정부가 택배기사에 대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토록 함으로써 모든 수입원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감 공급자(택배사, 영업 대리점)로부터 물량을 내려 받아 대신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사업자이기에 영업활동량 만큼 실수입은 천차만별인데,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명분삼아 해당 거래내역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보험료 납입에 대한 책무는 물론, 일부 음성적으로 누락 가능했던 각종 세금은 징수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라”며 요금 현실화, 처우개선을 주장했던 택배기사들의 논리가 사실 근거의 목소리인지,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 수단에 불과한 것인지를 확인할 길이 열렸다는 것.

“장시간 고강도의 열악한 조건, 택배사의 갑질, 생활고까지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란 얘기다.

당정을 등에 업고 여론몰이에 열을 올렸던 노동조합 등 대정부 소통창구도, 그들의 주장이 궤변이 아니라는 점을 세상에 입증해야 하는 심판대에 서게 됐다.

구체적으로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이 소속 배송기사의 월평균 수입정도를 공개한 바 있는데, 원청과 여전히 대치 중인 택배노조는 해당 데이터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와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원청과의 위수탁 계약을 통해 활동하는 개인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들을 피고용자에 준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택배기사의 기대치에는 득보다 실이 많은 형국이다.

일방통행의 정치 행보도 한 몫 했다.

상당수 종사자들이 사회보장제도의 의무 가입 필요성은 물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료 납부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확대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택배기사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정부의 판단이 정치권에 전달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택배 현장 인력을 보호하는 정부의 개선대책을 강조하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택배기사를 포함토록 하는 제도적 손질을 수용하기로 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택배기사에게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특수고용 3법(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징수법)’ 개정안을 의결, 내년 7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다.

한편, 신설법안(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한 기대치도 당초 예상과 달리 낮아진 모양새다.

당정과 합세해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인 택배기사들은,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비해 금전적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 사용자(택배회사, 영업 대리점)가 가져가는 영업이익의 일부를 택배기사에게 환원하도록 주창했으나, 준비된 법안에는 휴게시간 및 쉼터 공간 보장, 표준계약서 도입 등 금전적 보상과 무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법 신설을 목표했던 정부의 외고집도 주효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수입을 택배기사가 수령하도록 근로환경을 정비할 것을 당정에 요청했으나, 그와 반대로 택배기사가 돈 벌 수 있는 활동시간을 제약하는가 하면, 그간 납입하지 않아도 됐던 보험료(고용보험, 산재보험)를 징수토록 조치했다.

건당 수수료가 수입원인 만큼 일한 시간과 처리한 물량에 비례해 급여가 산출 책정되는데, 택배기사의 자율적 경제활동에 제동을 건 것이다.

손에 거머쥘 수 있는 월수입은 줄게 된 것에 반해, 법 제도적으로 수입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 셈이다.

택배기사의 기대와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가고 있음에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지 않고 있고, 의지 또한 보이려 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특수고용 3법만 봐도 무릎을 치게 한다.

택배기사에게 실업급여나 출산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조치한데 반해, 이들이 고용보험, 산재보험 혜택을 보장받는데 앞서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는 기존에 적립된 기금으로 보전토록 돼 있다.

적용 대상자인 택배기사가 보험료 산정의 기초자료인 개개인의 실수입 정보 공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당초 사용자(택배사 영업 대리점)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시 됐으나 현재 상황을 보면 이 또한 미지수다.

사실상, 기존 근로자가 적립해 놓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한다는 것인데,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은 특정소수집단에게 공적자금의 사용 승인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어 낼지 예의주시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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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프레시 2020-12-17 10:58:18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뉴스가 진정한 생활편의적 정보인듯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