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에 등산스틱까지···제주에 북극 한파
상태바
아이젠에 등산스틱까지···제주에 북극 한파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에서 눈이 퍼부어 앞이 안 보여요”
1964년 이래 57년 만에 한파경보 발령
제설도 잠시뿐···육로·하늘길 모두 꽁꽁

[교통신문] 유례없는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 지난 7일 오전 8시 30분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 탐방안내소〈사진〉.

안내소 직원들이 입구에 인 눈을 계속해서 치워보지만, 눈을 치우고 돌아서면 금세 눈이 다시 쌓였다.

안내소 매점 입구에 세워진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기는 돌하르방은 눈 속에 파묻혀 얼굴만 겨우 내밀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 도로인 1100도로와 516도로는 10㎝ 이상 눈이 쌓여 아예 통제됐다. 도로 중간중간 운전자 없는 차들이 지붕에 눈을 뒤집어쓴 채 서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산지에 한파경보와 대설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이 한파 특보를 운용한 1964년 이래 제주에 한파경보가 발효된 것은 57년 만에 처음이다.

산지를 제외한 제주 전역에는 강풍주의보와 함께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북극발 한파가 몰아친 이 날 제주는 그야말로 냉동고를 방불케 하는 날씨로 꽁꽁 얼어붙었다.

제주 시내에도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를 반복했다.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선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이나 코트를 입고 눈만 드러낸 채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을 했다.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목도리와 장갑, 마스크, 털모자, 귀마개까지 각종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어떤 시민은 양손에 등산스틱을 쥐고 산악용 미끄럼 방지 장비인 아이젠을 착용하기도 했다.

제주시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귀포 시내에도 눈이 내려 쌓여 겨울왕국을 방불케 했다.

제설을 해도 해도 금세 빙판길로 변하면서 도로 위 차들은 엉금엉금 거북이 운행을 했다. 경사로 곳곳에서는 위태로운 상황도 벌어졌다.

실제 이날 오전 제주시 일도1동의 한 도로를 주행하던 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가로등이 인도 쪽으로 쓰러지며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제주국제공항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73편(출발 36편, 도착 37편)이 결항했다.

이날 운행 예정인 170편(출발 85편, 도착 85편) 중 이날 2시 현재까지 운항한 항공기는 김포행 진에어 1대뿐이다.

공항 1층과 2층 안내데스크에는 항공편 운항 여부를 묻는 관광객과 도민들의 발길이 수시로 이어졌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9개 항로 여객선 15척도 전편 통제돼 제주항 여객선 터미널은 텅 비었다.

이날 도보로 30분 거리인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1시간 30분이나 일찍 집을 나섰다는 직장인 문 모(37·제주시 노형동)씨는 “팥빙수 얼음 갈리듯 하늘에서 계속해서 눈이 내리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강한 바람까지 불어닥치니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힘들
다. 퇴근길을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시민 강 모(42·여)씨는 “어젯밤 폭설에 강추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예상은 했는데 아침에 꽁꽁 언 빙판길을 보니 차를 몰고 출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며 “연초부터 너무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