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개선,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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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개선, 기대해도 좋을까?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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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규 박사

중고차 시장은 ‘레몬’ 시장으로 비유된다. 겉모습은 복숭아처럼 달콤하리라 생각해 구매했는데, 막상 먹으려니 신맛을 지닌 ‘레몬’이었다는 상황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는 대표적 레몬시장인 중고차 시장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개선, 소비자의 불만을 줄이려는 노력을 했지만,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업종으로 재지정 여부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아예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주장도 대두되면서 거의 1년간 논쟁은 많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중고차 시장에선 좋은 품질의 중고차를 판매하는 매매업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고차를 판매하는 매매업체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Akerlof의 논문인 “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ly and the Market Mechanism”(레몬시장의 품질 불확실성과 시장구조)에서 얻은 결론이다.

매매업체는 소비자에 비해 항상 중고차 품질 정보를 더 많이 갖는다. 그런데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활용하면서, 중고차 품질이 평균 이하의 중고차를 보유한 매매업체가 품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중고차를 보유한 중고차 매매업체보다 더 많은 이윤을 취하게 된다.
즉, 매입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매도가격은 거의 유사하게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가 지속되면 궁극적으로 오히려 품질이 좋은 중고차를 보유하는 매매업체가 시장에서 먼저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불법업체에 의한 불법과 탈법으로 많은 이윤을 취하고 있고, 이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과 다수의 건전한 중고차 매매업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불법과 편법을 일으키는 중고차 매매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은 있었지만, 단속에 의한 효과가 일시적이고 또 솜방망이 처벌로 내성만 키웠을 뿐이다. 결국 단속과 같은 규제 방법보다는 시장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고, 급기야 중소기업의 영역에서 안주하게 하는 방식보다는, 대기업의 참여를 통해 시장을 좀 더 투명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소비자가 지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기존 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진입하면, 시장 전체가 변화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또한 소비자와 매매업체 간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게 만드는 정보관리시스템을 마련하면, 소비자도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거래를 할 수 있어 그동안 제기됐던 허위, 미끼 상품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된다. 또 중고차 매매업체도 품질을 속이고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려는 시도도 아예 없어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의 시장진입은 최후의 대안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대기업의 진입을 먼저 허용하는 순간 영세업체의 몰락은 물론, 중고차 생태계 자체가 파괴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주장과 달리, 중고차 시장규모가 상당히 커져서 과거의 골목상권처럼 마냥 보호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매출액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있으며, 업체의 규모와 매출액은 비례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대기업 진출 시 영세업체가 우선적으로 큰 손해를 본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현재에도 ‘자동차 365’와 같은 중고차 관련 조회시스템이 마련됐음에도 아직도 소비자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을 악용하는 매매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새로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등장시켜 시장 전체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주장이다.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하자니 시장 변화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기 쉽고, 그렇다고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허용하게 되면 매매업체의 집단 반발로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어느 방안이든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 해를 보냈다.

이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방법 이외는 그리 마땅치 않을 것 같다.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일률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방적 독식을 피하기 위한 상생의 대안을 마련하되, 선택권은 상대방에게 주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대안별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일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허용할 경우, 타격을 받는 중고차업체에 대한 대책 방안 마련은 불가피할 것인데, 지난해 발생한 기존 여객운송사업체와 플랫폼 운송사업자 간 갈등 해결을 위한 대타협에서 제시된 방식이 참고할 사례가 아닐까 싶다. 즉 어떤 결정이라도 큰 타격을 받는 업체에게는 적절한 지원을 위한 보완책 마련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솔로몬의 해법과 같은 상생 방안이 마련돼 올해는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와 이를 통한 중고차 소비자의 볼멘소리도 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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