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 교통안전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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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시대, 교통안전 혁신이 필요하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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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Key워드

2020년 한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이 났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인류가 오랜 기간 코로나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해야 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도래했다. 코로나에 관한 여러 사회적 담론을 뒤로 하고 우리가 분명히 인지해야 하는 것은 대전환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삶의 방식, 행동,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등 모든 것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산업 분야별로 대응 방식의 차이는 일부 있겠지만, 이제 혁신을 통한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통안전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로 인해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교통안전은, 결과만 놓고 보면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발생한 이후 1차 대유행 시기(3월)를 거치면서 여객과 화물의 교통량은 급감했다.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고,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산업 전반의 통행량은 감소했으며, 사회 전 분야의 교통 활동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교통사고 또한 감소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 수(1459명)는 전년 동기(1621명) 대비 10% 감소했고, 어린이(13세 미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12명)는 전년 동기(16명) 대비 무려 25%나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는 교통사고 건수의 감소라는 단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교통안전 전반에 관한 여러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사회 시스템을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진단·분석,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 실패나 오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는 현상과 원인을 구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유는,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되면서, 무엇이 진짜 원인인가에 대한 파악과 원인과 결과가 혼재된 복잡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 현상을 사회시스템 관점에서 살펴보자.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증가하게 됐고, 그로 인해 학교 등하교 횟수가 줄어들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학원 방문과 교사의 출퇴근,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부모들의 교통 활동 모두 감소했다. 이것은 현상이다. 교통 활동의 감소는 도로이용자 간 간섭을 줄이고, 상충 가능성을 감소시켜 도로에서의 이용자 위험과 노출을 줄임으로써 교통사고 감소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인과관계다. 어쩌면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현상 진단과 원인 규명의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실제 교통 시스템을 한 발짝 더 들여다보면 어린이가 집에 머물게 되면서 가정 내 부모의 비대면 활동 증가로 교통 활동의 주체가 변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음식료업을 중심으로 배달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이륜차 운전자가 부모를 대신하는 교통활동의 주체가 되며 빠르게 증가하게 됐다. 이륜차 운전자가 또 다른 교통 활동 주체로서 도로 이용자의 위험과 노출이 증가하면서 교통사고를 증가시키는 인과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고 인과관계다.
복잡해진 사회의 일단면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는 혁신적인 관점이 중요해졌다.

코로나로 인한 대전환(Transformation)의 시대. 사회 전 분야에서 인식해야겠지만, 지금이야말로 교통안전 혁신을 추구해야 할 시기이다. 혁신은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1년 제9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이 마련돼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안전에 대한 인식은 물론 안전정책과 제도를 모두 포괄하는 사회 교통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교통사고 등 교통안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소외되고 가려져 있던 사건들은 없는지, 그러한 것들과 연관성은 어떻게 되는지 사회현상을 명확히 진단하기 위해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에 기초로 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요구된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고 풀기 어려운 문제로 인식되는 난제(難題)의 관점에서 교통안전 문제를 바라보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기다.

2021년에는 코로나를 핑계 삼아 문제를 덮어두기보다, 교통안전 대전환(Safety Transformation)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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