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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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의 가능성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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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애플이 현대차와 전기차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는 소식에 현대차의 주가가 출렁이고 그 내용은 국내외 뉴스가 됐다. 애플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리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전기차와 같은 큰 프로젝트에 대한 기밀(?)이 현대차를 통해 흘러나왔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앱 마켓으로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기업체인데 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일까. 왜 하필이면 현대차와 협력을 하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기술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온 이 IT 공룡 기업의 속내를 나름대로 짚어보자.

우선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 광고 영상을 보면, 숲속의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남성이 등장하고, 이 러닝머신의 전원선이 아이오닉5에 연결돼 있다. 러닝머신의 경우 2~3kW 수준의 전원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사용하기 불가능한 전기기기인데, 이를 전기차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역시 아이오닉5의 다른 홍보 영상에서는 야외에서 하이파이 오디오와 여러 개의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오디오와 스피커에 전원을 공급하는 것도 역시 아이오닉5 이다. 하이파이 오디오의 경우 최소 1kW 이상의 고출력 전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차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에서는 아이오닉5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60kWh에 육박하는 대용량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오는 고출력 전원을 활용하는 경우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전기기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차량에서는 제한적이었던 다양한 전기, 전자 기기들을 전기차에서는 마음껏 즐기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물론 야외에서 러닝머신을 사용하거나 하이파이 오디오를 감상한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꽤 적절한 메시지로 생각된다.

전기차에서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사실과 애플의 전기차 개발은 어떻게 연관돼 있을까? 차량에서 가정용 전기를 쓰는 수준으로 마음껏 전기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애플의 아이폰을 생각해 보면 통화라는 전화기 원래의 기능보다는, 다양한 앱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 SNS를 통한 다양한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영상과 게임을 즐기는 것이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아닐까? 그런데 이 영상과 게임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페에 앉아서 즐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기차처럼 고출력 전기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소유하게 된다면 영상과 게임을 어디에서 즐기게 될까?

자유로운 전기(에너지) 사용을 통해 대화면 고화질 영상을 고출력 하이파이 오디오와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스마트폰을 조금은 덜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원하는 장소에 머물면서 이런 오락거리를 좀 더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면,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작은 화면과 저출력 사운드의 폰보다는 큰 화면과 고출력 사운드로 무장한 전기차의 엔터테인먼트 기기들을 더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통합돼 가는 스트리밍 시장,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시장의 축이 전기차로 기울어지지는 않을까?

물론 아직은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에서 즐기는 영상과 게임이라니 어색하기도 하다. 시트는 불편하고 전기 사용도 불안해서 현재로서는 도무지 설득력이 없는 전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이러한 전망이 유효하지 않을까?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용량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고출력 전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가보면 이런 전망도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능이 대중화되면 전기차의 시트 배열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여전히 지금처럼 전방을 주시하는 방향으로만 고정될까? 시트가 회전되고 배치가 자유롭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집에서처럼 편안한 자세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지 않을까? 커피머신, 빔프로젝터, 전열기, 에어컨, 오디오, PC와 같은 전기기기를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콘텐츠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아마도 이런 전망 때문에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을 독과점하는 거대 기업인 애플에서 미래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판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드론과 로봇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를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적당한 기술 수준과 브랜드를 보유한 전기차 제조업체로 말이다. 이유야 어떻든 현대차가 한몫을 챙길 수 있다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모빌리티 시장과 함께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도 수익 창출의 기회
가 열리기 때문이다.

백년 넘게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오던 내연기관에서 자율주행 전기차로 주권이 넘어가는 시기에 디지털 콘텐츠 시장과 데이터 플랫폼 시장까지 고려해야 하니 골치가 아플 수도 있지만, 현대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좋은 기회로 삼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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