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규제, 단속보다는 시민 의식 함양에 중점 두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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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규제, 단속보다는 시민 의식 함양에 중점 두어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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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도로에 차, 마차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교통규제도 함께 했으니 교통규제의 역사도 꽤 오래됐다. 아마도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모습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교통신호등뿐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교통규제는 일본 식민시대를 거쳐 해방 후 경찰에 의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몇 차례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변화는 있었지만 사회 전반이 개벽한 것에 비하면 교통규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주도로 선행좌회전이었던 교통신호 등기순서가 후행 좌회전으로 바뀌고 비보호좌회전이 확대된 것이 큰 변화였다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교통규제는 또 하나의 변화가 시도됐다. 도시부 교통규제 속도가 종전 규제 속도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종전 간선도로는 60km/h에서 50km/h로, 주택가 이면도로는 30km/h 이하로 조정된 것이다. 서울시가 중심이 돼서 전국적으로 올해 4월 17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규제 속도의 하향 조치는 교통안전, 특히 보행자의 안전을 중시하는 데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도심부인 종로구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교통사고 건수가 15.8%, 보행 부상자 수는 22.7% 줄어든 반면 자동차의 통행 시간은 2분밖에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OECD 국가 중 도시부 규제 속도를 60km/h로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칠레와 우리나라뿐이라고 덧붙였다.

필자가 규제 속도 하향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5030 교통규제 속도 정책 도입을 계기로 우리나라 교통규제 정책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고 좀 더 근본적 차원에서의 교통규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함이다.

먼저 외국의 도시부 도로를 주행하면서 느낀 교통규제에 대한 단상은 교통규제가 교통의 흐름과 운전자의 운전행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교차로와 진출입부 설계에 전문가가 참여해 교통신호와 노면표지, 안내표지 등이 일체적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자연히 교통사고는 물론 교통 흐름도 안정되고 교통처리 용량도 증대돼 도로의 이용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교통규제가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규제의 경우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충실해졌으나 질적 수준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교통규제는 사전적 의미인 ‘교통사고 방지와 교통체증 해결 등을 목적으로 상황에 따라 교통량의 흐름을 조절하는 교통제어 체계’보다는 단속과 교통사고 책임의 규명 근거로써 중시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5030 규제 속도 하향’을 계기로 우리나라 교통규제 정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보면 첫째, 일률적인 교통규제보다는 맞춤형 교통규제가 돼야 한다. 과거 경찰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당시의 접근방식에서 크게 전환돼야 한다.

교통신호 제어가 실시간 교통상황에 적합하게 운영돼야 하듯이 교통규제도 교차로와 도로 주변의 토지이용 특성에 하나하나 맞춰서 적용돼야 한다. 일반 간선도로 50km/h는 지향해야 될 지표가 돼야지 일률적 적용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물론 지방경찰청장이 도로교통법 19조의 범위 내에서 변경할 수는 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도시부 간선도로에서 50km/h는 일반적으로 적용될 것 같다.

OECD 국가 대부분이 도시부 규제 속도를 50km/h로 적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OECD 국가의 대부분 도시들은 인구 20만 전후의 오래된 도시들이 많고 보행과 대중교통을 중심 교통체계로 구축하고 있는 도시들이다.

미국의 도시 기준은 못 따르더라도 이웃 일본 도쿄의 대부분 간선도로가 60km/h임을 감안하면 서울도 주요 방사 축 간선도로와 편도 3차로 이상의 도로는 60km/h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맞춤형 교통규제라 할 수 있다.

속도 규제뿐만 아니라 차선규제, 일단정지 같은 교통안내표지판을 통한 규제도 매뉴얼보다는 적기적소에 공학적 근거를 가지고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 인터체인지의 설계가 도로설계 엔지니어의 꽃이라면 다양한 교통규제가 적용되는 교차로 설계는 교통 엔지니어의 작품으로 하나하나 탄생해야 한다.

둘째는, 교통규제는 단속보다는 시민 의식을 함양시켜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교통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단속카메라 기술이 확보되면서 도시부 도로뿐만 아니라 국도, 고속도로, 지방도 할 것 없이 과속단속카메라가 우후죽순격으로 설치되고 있다.

이번 ‘안전속도 5030’ 도입 과정에서도 많은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행하면 과속단속카메라 정보와 경고음으로 라디오 청취가 힘든 상황이다.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과속단속, 신호 위반 카메라가 유독 우리나라에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불법, 과속운전자가 아직도 많고 그로 인한 교통사고 특히 보행자 사고가 많다는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속카메라가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단속카메라 밑에서만 지키는 운전행태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운전자, 시민에 다가가는 합리적이고 친절한 교통규제를 통해 운전자, 시민 모두가 동참하는 교통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셋째는, 교통규제를 적용한 후 모니터링을 통해 수정,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량의 변화와 무관한 정주기식 교통신호 제어가 대부분이지만 일정 기간마다 교통량 조사를 통해 신호주기와 녹색 신호 시간 등을 조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통규제도 일정 기간마다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단속카메라도 운영 결과를 분석해 위반 원인을 분석하고 설치 위치 주변의 교통환경에서 개선할 점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교통규제가 있으면 과감하게 철거해야 한다.

경찰과 서울시 교통 운영 담당 기관이 함께 하는 교통규제 일제 정비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도 있다.

5030 속도 규제는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교통규제의 큰 변화임에 틀림 없다. 그동안 많은  노력과 협의를 통해 준비한 만큼 잘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5030 속도 규제 정책 도입을 계기로 오랜 기간 동안 정체돼있는 우리나라의 교통규제 전반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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