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실종’ 중고차 생계형 지정 “어디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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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실종’ 중고차 생계형 지정 “어디까지 가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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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추진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도 무산
매매업계 “대기업 진출 전제한 상생?” 수용 불가
車산업협회 “규모 커질 것…논의조차 못해” 유감
법정 심의 기한 지났는데 제대로 된 논의도 없어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지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완성차업계와 매매업계 사이 조정안을 마련하고자 정부와 여당이 나서 중재기구를 만들려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애초 입장차가 컸던 사안에 사전 조율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까지 반복되는 주장만 갖고 협의 테이블부터 마련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법정 심의 기한이 이미 9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서 중소벤처기업부 독립 민간 심의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도 한 번 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실효성과 정부의 안일함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조정 절차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 발족식은 중고차 매매업계가 전날 오후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발족식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관계부처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 완성차업계, 그리고 전국매매연합회, 한국매매연합회 등 중고차업계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중고차업계가 돌연 상생위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발족식은 결국 무산됐다.

신동재 전국매매연합회 회장은 “상생이라는 표현 자체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전제로 삼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상생위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어 “지금의 논의는 매매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시장규모만으로 기대효과를 예견하며 매매업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라며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허울뿐인 ‘상생’이라는 프레임으로 중고차업계를 압박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선(先) 지정 후 법적으로 보장된 기간 동안 상생모델을 모색해도 늦지 않다”며 “이것이 우리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매매업계에서 향후 모든 일정을 보이콧하며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대화에 나설 여지는 있어 보인다. 단,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완성차가 주장하는 ‘6년·12만㎞ 이하’의 매물만 취급하겠다는 상생 방안에 대한 합리적 검토가 있어야 어느 정도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안을 두고 매매업계는 “그것이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뜻”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매매업계는 중고차 소비자들이 찾는 매물 대부분이 완성차가 요구하는 범위에 들어가는데 그럼 완성차는 인기매물만 팔고 나머지 소상공인들은 낡은 매물만 팔며 생계를 유지하라는 것이냐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알짜매물’은 완성차가 팔고 남은 매물은 영세사업자가 파는 내용이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매매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5∼6년 미만 차량을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판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자 완성차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발족식 무산에 대해 ‘아쉬움’의 뜻을 내비쳤다.

협회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참여해 구매 차량에 대한 체계적인 차량 상태 검사와 수리 등을 거쳐 인증과 보증을 해주고, 이러한 인증제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게도 확대되면 중고차 시장 규모가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참여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면 거래되는 중고차가 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도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협회는 중고차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법정 심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중고차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법정 심의 기한이 이미 9개월 이상 지난 점을 고려해 정부는 조속히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결론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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