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과 교통안전, 긴 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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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과 교통안전, 긴 호흡이 필요하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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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Key워드'

사회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한해 뷰카(VUCA)라는 용어가 인기를 끌었다. 뷰카(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l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들을 조합한 신조어로,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용어로 주목받고 있다. 교통 분야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교통 기술들로 인해, 그 어느 분야보다도 뷰카의 시대를 더욱 가속화하는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의 행태를 다루는 교통안전 분야도 뷰카와의 연관성, 특히 복잡성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자율주행차 등장이 복잡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곧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교통안전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자율주행차라는 용어 하나로 변동성과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떠올리게 된다.

비단 자율주행차 등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도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스마트도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의 교통 시스템은 더욱 많은 변화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로와 철도 등 교통시설의 네트워크는 촘촘해지고 있고 연결성이 강조되고 있다. 교통수단의 다양성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요구사항(Needs)이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새로운 수요는 물론,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사고 수치도 이러한 복잡성을 보여준다. 교통사고 분석시스템(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된 교통사고 발생 건수(경찰DB)는 지난 10년간 22만건 내외(최고치 2015년 23.2만건, 최저치 2013년 21.5만건)에서 큰 변동성이 없었지만, 보험회사 신고자료까지 포함한 교통사고 발생건수(통합DB)는 지난 10년간 무려 40% 가까이 증가(2010년 97.9만건, 2019년 129.3만건)했다. 이는 연평균 증가율 3.1%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대한 진단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교통사고가 감소하지 않는 현상, 경미한 사고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그동안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거나, 감춰져 있던 일들과 연관돼 있을 수도 있고,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고가 전이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부분적이지만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고급차량의 자율주행 기능 작동 오류로 인한 사고나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의 확산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사고 등이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교통에서는 ‘브래스 패러독스’(Braess’s Pradox)라는 용어가 있다. 하나 이상의 도로를 건설함으로써 개선된 새로운 도로 네트워크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교통 흐름이 느려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나타낸 말로 시스템 전체의 개선을 고려했지만, 개별 이용자들의 행태 차이로 오히려 현실에서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건설한 도로가 오히려 교통혼잡과 교통안전 문제를 야기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인과관계와 상호작용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에 부착된 센서, 각종 첨단 교통시설들은 교통안전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시설로 인해 도로 이용자들이 센서 반응에 둔감해지거나 의존적인 안전인식을 갖게 되면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들은 사회의 복잡성이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이나 사회, 국가는 성장하면서 점점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다수의 의사결정자 참여, 조직과 사회의 대형화, 질적 환경의 중요성 부각 등 다양한 사회 구성 요소들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복잡성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시대(era)라는 용어에는 장기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뷰카(VUCA)의 시대는 사회 변화와 함께 오랜 기간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의미하는 문화(culture)가 수십년 또는 수백년 걸쳐 형성되듯이 지역과 사회, 국가 차원의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도 시대라는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교통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단순하게 교통안전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던 정책은 요즘과 같은 뷰카(VUCA) 시대에는 그 효과가 매우 낮다. 국민소득 4만불, 5만불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교통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힘을 모으며 사회의 복잡성을 고려한 교통안전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껏 해왔던 수많은 노력들, 실천했던 대책들이 자칫 수포로 돌아가거나 그렇게 해석되지 않도록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통안전 이슈의 실타래를 신속하게 하나하나씩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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