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정책 돋보기1] “공신력 있는 의료자문제도 도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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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정책 돋보기1] “공신력 있는 의료자문제도 도입 필요하다”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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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불만 있어도 자문할 곳 막연
대부분 대형병원 보험사 자문 응해
보험 소비자 부득이 법정 소송 나서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자문 바람직”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동차사고 손해배상 정책 돋보기

  •  의료 자문제도 문제와 개선방안

교통사고가 운전자의 신체 훼손과 물적 피해를 수반하기에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에 대비해 운전자들은 보험에 가입,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 정부도 자동차보험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피해 보상 등을 위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교통사고로 인한 불의의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동차 사고 손해배상 업무에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를 입고도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보험사기 등 제도의 틈새를 노려 부당하게 이득을 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의료, 자동차 정비, 보험 등 관련 업무 추진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보험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는 일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교통신문은 자동차 사고 손해배상 업무 전반에 걸쳐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거나 개선의 필요성이 확인되고 있는 특정 사안을 모아 4차례에 걸쳐 문제점과 그 대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공제조합 자동차 사고에서의 의료분쟁 전문심사에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제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의료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열린 공제분쟁조정위원회의 비대면 화상회의).
 

A씨는 지난해 4월 가족과 함께 봄맞이 나들이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전방에서 뒤늦게 좌회전하던 자동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손목 골절 및 경추디스크 부상을 입고 장해진단을 받게 됐다. 

A씨는 치료 과정에서 사고 보상과 관련해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를 첨부,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해당 보험사는 의료기관 전문의의 자문을 근거로 A씨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고 이를 A씨에게 통보했다.

이에 A씨가 보험사에 불만을 제기하자 보험사는 ‘제3의 의료기관을 통해 다시 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제3의 의료기관을 알아보던 A씨는 ‘금감원의 보험사 자문병원 공시’ 내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대형병원이 보험사들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제3의 의료기관 자문도 보험사가 최초로 제시한 보험금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이 마음에 걸려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가 어려웠다.

앞서 제시한 사례는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보통 시민의 실제 경험담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관련 제도에 따르면, 보험금 수익자는 사망·장해 등의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 등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를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한다. 이에 보험사는 청구 건이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급심사를 하고, 내부 심사를 통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의료기관의 전문의(자문의)의 소견을 구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해 보험 수익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보험회사와 보험 계약자 사이에 자율조정단계를 거치거나 법정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자율조정단계란 통상 보험 수익자와 보험회사가 합의해 선정한 제3의 의료기관을 통해 전문의 소견을 구하는 절차다.

자율조정 기피사례 속출

그러나 제3의 의료기관 선정에 있어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보험 수익자는 보험회사의 안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나, 대부분의 대형병원이 보험회사의 의료자문을 시행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신력을 갖춘 제3의료기관 선정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보험금 지급에 불만이 있는 보험 계약자라도 자율조정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기피하거나 포기해 법정 소송에 나서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결국 자율분쟁 조정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의료자문제도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깎거나 미지급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나아가 의료자문제도가 소비자인 보험 계약자의 이익이 아닌,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여론이 경험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료자문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보험업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전재수 의원은 ‘자문의의 성명과 소속기관을 알리게 함으로써 의료자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법률안’을 발의했고, 이태규 의원은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에는 의료자문 기관이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해 심사하는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관련법 개정 시도 무산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017년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자문병원 및 자문 내용을 보험 수익자에게 제공하며, 의료자문 현황을 공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시의 주체가 보험회사로 돼 있기 때문에 보험 수익자의 신뢰를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험회사가 보험사고와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손해사정 업무에서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손해사정을 위한 의료자문제도의 활용이 보험금 미지급 수단 등으로 오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달리 말한다면, 의료자문제도에 따라 보험금이 감액되거나 미지급될 때 발생되는 이익이 보험 계약자보다 보험회사에 편중되는 이 제도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의 시정을 위한 제도개선은 회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결국 소비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의료자문 절차’, 혹은 ‘의료자문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의료자문제도 문제의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 기준 하에 승인된 독립 의료심사기구(IRO)를 둬 객관적이며 편향적이지 않은 의료자문을 수행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미국은 독립기구 운영 중

이와 관련,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공제조합 자동차사고의 피해자와 공제조합 사이에서 의료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 산하의 공제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의료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분쟁조정위원회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70조에 의해 공제조합과 자동차사고 피해자 등 이해관계자 간 분쟁 조정을 위해 설치된 위원회로, 공제계약에 관한 분쟁, 공제금의 지급에 관한 분쟁, 자동차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사정에 관한 분쟁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제조합 자동차 사고에서의 의료분쟁 전문심사 절차를 공신력 있는 국가 산하의 공제분쟁조정위원회에 맡긴다면 관련 의료분쟁을 해소해 소비자 편익 증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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