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 시행···시민 반응과 문제점 “좀 답답하지만 보행자 입장에서는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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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속도 5030’ 시행···시민 반응과 문제점 “좀 답답하지만 보행자 입장에서는 환영”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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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택배차량 운전자들 “영업에 차질”
속도 낮춘 버스 전용도로도 서행 운행
“교통안전 위해 인내하면서 정착시켜야”

지난 17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안전속도 5030’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가운데, 적용 시간, 방식 등 부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1년 이상 홍보가 이뤄졌음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운행 속도를 유지해온 다수 시민들의 오랜 교통 생활 습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불만과 비판이 뒤따랐다. 다음은 시행 직후의 시민 반응과 제기된 문제점 등이다. 


서울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정 모(62) 씨는 “운행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손님이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제한속도가 낮아지면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돼 교통 사고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택시기사 송 모(63) 씨는 “택시를 타는 손님들은 목적지까지 빠르게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제한속도 시속 50㎞가 말이 되느냐”며 “현실을 모르는 아마추어 같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15년 경력의 택시기사 한 모(64) 씨 역시 “속도 제한으로 차량 운행 속도가 느려지면 기사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승객이 많아질 것”이라며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답답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한속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민 윤성광(39) 씨는 “쭉 뻗은 왕복 8차선 도로를 지어놓고 시속 50㎞로 달리라는 것은 자원 낭비”라며 “스포츠카는 엑셀 한 번만 밟아도 속도위반이 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안전속도 5030’은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시부 일반도로는 최고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하되 소통상 필요할 경우 예외적으로 시속 60㎞로 제한할 수 있다. 보호구역·주택가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위반 범위에 따라 4만∼13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되고, 3회 이상 제한속도보다 100㎞를 초과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에 처해지게 된다.

한편 ‘안전속도 5030’ 시행에 맞춰 속도제한기기의 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춘 일부 시내버스의 경우 운행 구간 중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때 여전히 속도제한기기(스피드 리미터)에 의해 50km로 달려야 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낮시간 비교적 통행량이 적어 시속 80km까지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시속 50km로 달리자 승객들이 답답해했고, 운전자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대문 지역에서 택배 차량을 이용해 배송업무를 하고 있는 전 모(44) 씨는 “이면도로 전 구간이 시속 30km로 하향조정되면서 이동 시간이 확실히 길어졌다. 하루 배송업무가 종료되는 시간이 종전에 비해 약 40분가량 지연됐다는 게 나를 포함한 동료 배송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안전속도 5030’ 시행 시간을 낮시간으로 제한하고 간선도로는 오후 8시 이후, 이면도로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종전과 같이 운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속도 5030’ 시행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시민도 많았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허 모(70) 씨는 “차가 천천히 달리면 사고가 나더라도 부상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평구에 사는 시민 B(74) 씨는 “나이 어린 손자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들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종전과 같은 불안감이 다소 사라진 게 사실”이라며 이 시책이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시민 A씨는 “차량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도 제한속도에 따라 천천히 가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그런 예외적인 경우는 따로 빼서 제한속도를 시속 60km로 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도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제한속도가 무의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18일 서울 도로 곳곳에서는 빠르게 달리던 차들이 감시카메라 앞에서만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통과 후 다시 속도를 올려 주행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시민 남 모(32) 씨는 “제한속도를 낮추든 말든 과속을 할 사람은 결국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용 승용차를 운행하는 시민들 가운데 스피드 리미트(속도제한) 기능을 기본 장착한 자동차 제조사나 해당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는 속도위반에 따른 적발 위험 가능성에 비교적 안도하고 있다.

일부 완성차회사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스피드 리미트 기능을 모두 기본으로 장착해 이 기능을 작동시키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운전자가 설정해 놓은 속도 이상으로 속도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속 주행을 위한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비슷하지만 크루즈 컨트롤은 도중에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설정 속도 이상으로 속도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회사 영업소에는 이 기기 장착에 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시책이 시행에 들어간 이틀 후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부산에서 이 시책을 시행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공단에 따르면, 부산시는 2019년 11월 11일부터 ‘안전속도 5030'을 시범 운영했으며,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12일부터 본격 단속을 시행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안전속도 5030’ 시행 전인 2019년 10월과 전면 시행 후인 지난해 10월의 통행 속도 변화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일 심야(오후 10시∼오전 6시)를 제외하고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주요 도로 26개 구간 가운데 17개 구간의 평균 통행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간별로는 부산 백양대로 신모라사거리∼구포대교사거리 구간에서 일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2.3㎞ 빨라졌고, 시간대별로는 최대 시속 4.6㎞까지 빨라졌다.

충무대로 충무교차로∼암남동주민센터 구간의 경우 안전속도 5030 시행 후 교통량이 시행 전보다 2.2% 증가했으나 일평균 통행 속도는 시속 0.5㎞ 빨라졌다.

제한속도를 낮출 경우 교통 혼잡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차량정체가 해소되고 주행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교통안전공단은 분석했다.

또 안전속도 5030 시행 전·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비교한 결과 시행 후인 지난해 5월 12일부터 11월 11일까지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636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감소한 것이다.

특히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7명에서 22명으로 40.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에 따르면, 시책 시행으로 교통사고 관련 지표가 대부분 개선됐으며, 일부 운수업계에서의 우려처럼 도시 전체의 통행 속도가 느려져 영업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도시 전체의 통행 속도는 오히려 빨라져 도시교통난 해소에 ‘안전속도 5030’이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론적으로, ‘안전속도 5030’은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를 현저히 낮추는 데 기여하고, 적용 도시 전체 통행 속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에 따른 운수업 영업수익 감소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스피드 리미터를 장착한 버스 차량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문제, 이면도로 야간 시간대 적용 문제 등은 개선방안이 필요한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제한속도 하향으로 운전자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교통사고 사상자 감소를 위해 안전속도를 지켜달라”고 밝혔고, 속도 저감 정책의 조기 정착과 시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홍보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시행 후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개선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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