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패러다임 전환, 이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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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패러다임 전환, 이제는 실천이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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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러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패러다임’이란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이론적 틀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하는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국내의 교통은 ‘사람 중심, 대중교통과 교통약자(보행자) 중심, 녹색교통, 친환경, 안전’이라는 용어와 함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교통정책과 각종 제도 등을 개선해오고 있다.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놓치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표현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로는 사람(여객)과 물자(화물)의 이동공간으로 경제활동의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출퇴근·등하교·여행·업무·쇼핑을 위해 자동차, 대중교통, 자전거 등 여러 교통수단을 활용해 목적지로 향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휴식공간이 되기도 하며, 교통수단으로써의 보행을 떠올린다면 산책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활동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소중한 공간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도로 공간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재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함께하던 사람이나 물건들이 잠시나마 떨어져 있다면 그 존재가치가 새롭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가끔은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도 건강에 좋은 법이다. 스마트폰을 하루쯤 멀리해 보면 알 수 있다. 도로 공간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떨어져서 또는 항상 이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오늘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대신 마을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평소 이용하지 않던 경로로 돌아가거나, 걷기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정리해 보면 자신은 물론 도로의 가치를 의미 있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고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용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 계획과 설계, 시공, 운영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존 행하던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이 요구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도로의 계획 및 건설 분야보다는 운영관리 분야에 더욱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고, 사람 중심의 도로 공간으로서의 재편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의 시대에서 운영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패러다임 전환에 힘써야 할 것인가?

우리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도로 공간을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도로의 계획과 설계의 관점에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요구에 둔감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까지 새로운 도로가 건설됐는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운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게 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보행공간이 협소하며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제시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우리나라의 도로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사례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큰 변화가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도로를 차량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겨울철 제설 대책이다. 제설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차량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미국, 캐나다 등 눈이 많이 오는 일부 지역에서는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제설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폭설 등으로 기상이 악화됐을 때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가 도로 위 빙판길이 무서워 도로 이용을 기피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도로의 눈을 치우는 제설 장비와 비교해 볼 때, 보도의 눈을 치우는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모든 보행로의 제설을 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추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설 우선순위에서 보행공간이 지금보다는 훨씬 상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여전히 계획단계에서 검토되는 도로용량은 자동차의 첨두시 장래 수요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로가 차량에 많은 공간을 할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 도로를 위한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의 도로 공간 배분은 차량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공간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그 나머지 공간에 대해 다른 이용자를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방식에서 탈피하고, 차량과 교통약자 간 비중의 변화를 줄 시점이다.

도로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통안전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도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계획단계에서부터 교통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 확보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운영 중인 도로에서 도로상의 각종 위험 요인들로 인해 교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단계에서는 물론 계획단계에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미흡하다.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실천해 옮겨야 할 때다. 도로의 패러다임이 쾌적하고 안전한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하는 일에 맞춰져 있다면 도로 계획, 설계, 운영단계에서 교통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은 도로 이용자 다수가 체감하게 되는 구체적인 실행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실천만이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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