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정책 돋보기3] “음주운전 사고 등 운전자 자기책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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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정책 돋보기3] “음주운전 사고 등 운전자 자기책임 강화”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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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사고 보험금 전액’ 가해자에 청구 추진
피해자 부담이 가해자보다 큰 문제도 개선
‘불공정 사례’ 제도 개선 하반기 시행 예정
교통법규 준수 등 사고 예방 효과 증진 기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동차사고 손해배상 정책 돋보기

③ 12대 중과실 사고 ‘자차 청구’ 제한

# 사례1 : 고속도로 IC 부근에서 직진 중이던 A씨의 자동차와, 차선 변경 중(앞지르기 위반)이던 B씨의 고급 외제차간 발생한 접촉사고에서 A씨의 과실은 30%로 B씨에 비해 적었으나 A씨의 자동차가 가입한 보험사가 지급한 B씨 자동차 수리비는 595만원이었으나 B씨의 보험사가 지급한 A씨 자동차 수리비는 45만5000원에 불과했다.

상기 사례는 과실이 적은 운전자가 과실이 큰 운전자보다 수리비 부담이 월등히 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의 보험 규정에 따르면, 차대 차 사고 시 물적 피해는 과실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는 체계로, 음주운전 등의 중과실 사고와 같이 상대방이 명백한 과실을 범했을 경우에도 피해자가 상대방 차량의 수리비를 보상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가해자보다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이 가해차량이 고급차량일수록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 같은 불공정한 수리비 부담에 대한 논란은 진작부터 있어 왔으나 최근 법 개정이 추진돼 빠르면 상반기 중,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3월 26일 국토교통부는 상기 내용을 포함하는 자동차보험제도 개선사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선사항의 요지는 크게 두가지로, 음주운전이나 중앙선 침범 사고 등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시 가해자의 수리비 청구를 제한토록 하며, 음주운전·뺑소니 사고 등은 보험금 전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과실 수리비 청구 제한 : 먼저, 12대 중과실 사고 시 가해자의 자차 수리비 청구를 제한하는 조치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 위반행위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2대 중과실 행위 즉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앞지르기 위반, 건널목 위반, 횡단보도 위반, 무면허, 음주, 개문발차, 스쿨존 위반, 화물고정 위반 등을 말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중과실 사고가 연평균 7만여건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연간 1700여명이 숨지고 있다. 

이 같은 피해에도 그동안 차대 차 물적 피해는 과실 비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책임을 분담토록 함으로써 수리비 부담의 불공정성이 지적돼왔다. 또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에 대한 책임이 현저히 경감돼 교통사고에 대한 모럴 헤저드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되는 제도 개선으로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자기책임 부담이 증가해 중과실 사고를 사전 억제하고, 수리비 분담의 공정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스쿨존 주의의무 위반, 횡단보도 위반, 개문 발차 등의 경우는 ‘차대인’ 사고에 적용되는 조항으로 ‘차대차’ 사고의 직접 적용대상이 아니다.

◇보험금 전액 구상 : 다음으로, 음주운전·뺑소니 사고 등의 보험금은 전액 구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9월 9일 0시 55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A씨가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치킨을 배달하던 이륜차를 충돌해 이륜차 운전자 B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만취한 30대 여성이 늦은 시간까지 생계를 위해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며 운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였고,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사고는 특히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과 도로교통법 개정 법률) 시행 첫해에 발생해 가중처벌, 동승자 처벌이 동시에 이뤄진 사례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 사고가 일반의 관심을 모은 것과는 무관하게 보상과 관련한 문제점이 숨어 있었다. 사망한 B씨에게는 2억7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으나, 가해자인 A씨의 사고부담금은 불과 300만원에 불과했다. 인명 피해에 따른 치료비 등은 과실상계에 적용하지 않고 별도로 판단(전액 배상)하기 때문이다. ‘을왕리 사고에서 가해차량 운전자가 물어야 하는 사고부담금이 너무 적다’는 국민들의 인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고는 앞으로 사고 보상에 들어간 보험금 전액을 보험회사가 가해 운전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지난해 정부(금융위·금감원)가 음주운전 사고 보상과 관련해 마련한 사고 부담금 구상 상한은 상향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해 조정 내용을 보면, 의무보험의 경우 대인 300만원, 대물 100만원까지로 돼 있던 구상 상한을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으로 올렸다. 또 임의보험에도 구상 규정을 신설해 대인 1억원, 대물 5000만원까지 구상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이번 보험제도 개선사항에서 관련 사고 보험금 전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야기하면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 역시 음주운전 등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경제적 책임과 부담을 크게 강화해 교통사고를 사전 최대한 억제한다는 취지다. 

참고로 그동안 진행됐던 관련 법률 제·개정 동향을 보면, 2016년 9월 ‘교통사고 손해배상책임 제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홍철호 의원에 의해 제안됐으나 법사위에서 계류하다 폐기된 사례가 있다. 이 법안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차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차량가액)×1억원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규정했다.

이후 2018년 8월에는 정갑윤 의원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과실이 더 많은 경우 과실이 적은 상대방에 대한 인적·물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토록 했지만, 역시 계류 중 회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기대 효과 : 이번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추진과 관련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관계자는 “12대 중과실 사고의 부담금이 크게 증가하게 되므로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의 경우 상대방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자동차 수리비 부담이 커지게 돼 주의 운전 등 사전 억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대물보험(의무보험)으로 처리되던 부분이 중과실자 자차보험(임의보험)으로 처리되면 의무보험료 인하 효과와 함께, 특히 중과실 사고 시 자기 책임부담이 강화돼 공정한 자동차 수리비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관련 자동차사고 과실체계 개선방안은 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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