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보릿고개’에 부품업계 한숨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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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반도체 ‘보릿고개’에 부품업계 한숨 깊어간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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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배 비싼 제품 사러 해외 출장 검토
부품업계 ‘한숨’만…웃돈 줘도 확보 난망
‘경영난’ 심화…“대출이라도 받게 해달라”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자동차업계에서 일찍이 예고된 차량용 반도체 ‘보릿고개’인 5월이 되면서 자동차부품업계에선 웃돈을 없어서라도 해외에서 반도체를 구매하려는 출장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 제어 시스템을 생산하는 한 부품업체는 최근 미국 시장에 7∼15배 비싼 반도체가 나와 있다는 소식에 출장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후면 범퍼의 센서를 생산하는 다른 부품업체도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긴급하게 미국 출장을 계획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이전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웃돈을 주고라도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이미 20% 가량 인상된 반도체 가격에 웃돈까지 얹어 평소보다 2∼10배 오른 가격에 반도체를 구매하려는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다. 챠량용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한 부품업체는 최근 원래 반도체 가격의 50∼100%에 달하는 웃돈에 ‘반도체 급행료’까지 지불하며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도체 현물 시장에서 정상 가격 대비 10∼20% 가량의 급행료를 지불하면 브로커가 개입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의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 시간)을 줄여 주거나 납품 물량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평상시보다 2∼10배 오른 가격으로 구매하거나 기존 거래선에 급행료를 지불하고 구매해오고 있지만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이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부품업체들은 반도체 부족과 완성차 납품 물량 감소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하락한데다 인상된 반도체 가격까지 감당해야 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차체 프레스 부품을 생산하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감산에 들어가면서 부품 생산량이 올해 초 사업계획보다 50% 이상 줄었다”며 “이달부터는 생산량이 더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그렇다고 해서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축하기 위해 직원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 납품 물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직원을 줄일 수도 없다”며 “매출은 50% 이상 줄었는데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달 초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78곳 중 66곳(84.6%)이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구매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21곳 중에서는 90.5%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반도체를 직접 취급하지 않는 업체 57곳 중에서는 82.5%가 납품량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부품업계는 대출 프로그램 확대, 대출 만기 연장, P-CBO(유동화회사 보증) 발행 확대 및 조건 완화, 고용안정 기금 확대 및 조건 완화, 물류비 감면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며 “돈을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반도체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게끔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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