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핏(E-pit)과 슈퍼차저(Super Cha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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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핏(E-pit)과 슈퍼차저(Super Charger)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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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이핏(E-pit)이라는 초고속 충전소를 개소했다. 이핏에 설치된 총 72기의 충전기는 350kW로 급속 충전할 수 있어 아이오닉5와 같은 전기차의 경우 18분에 약 80%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5분 충전으로 1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하이차저(Hi-Charger)라는 도심 충전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안으로 전국 20곳에 총 120기의 충전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핏까지 합치면 총 32곳, 192기의 고속 충전기가 운영되는 셈이다. 5분 충전에 100km 주행이니 충전 시간도 충분히 실용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현재 급속도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생각해 보면 여전히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에 총 4만5000대 정도의 전기차가 판매됐고, 2030년에는 출시되는 차량의 50% 정도가 전기차로 바뀔 예정이니 아직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제조사의 전기차를 공용으로 충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DC 콤보 1타입이라는 표준 충전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규격을 만족하는 어댑터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전기차에서 이핏과 하이차저를 사용할 수 있다. 고속 충전소 사업까지 선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발 빠른 대처는 역시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전기차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테슬라의 경우는 어떨까? 테슬라의 전기차도 이핏을 사용할 수 있을까? 테슬라의 경우 자사 고유의 충전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이핏이나 하이차저를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최근에 표준 규격의 어댑터를 인증 신청했다고 하니 당분간은 현대차의 충전소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사정을 알기 어려운 테슬라 전기차 사용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이핏에서 충전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현대차와 도로공사의 해명에 의하면 충전소 설비 투자, 장소 임대, 충전기 관리 등의 비용을 현대차가 부담한다고 한다. 공공장소이기는 하지만 비용을 댄 기업체에서 그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일 것이다. 표준 어댑터 문제와 함께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슬라 사용자들의 불만도 수그러드는 모양새이다. 

테슬라의 경우 완속 충전소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200곳, 급속충전소인 V2 슈퍼차저 30곳, 초급속 충전소인 V3 슈퍼차저 27곳, 총 257곳의 충전소를 올해 안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충전소에서는 테슬라 자동차만 충전 가능하다고 한다. 역시 글로벌 전기차 분야의 1위 기업답게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전세계 50만개의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고, 아우디 자동차의 경우 국내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급속 충전기 35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충전기 시장은 글로벌 기준으로 2021년 30억달러, 2030년에는 220억달러로 예측되기 때문에, 연평균 24%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이다. 국내의 SK(주)에서는 시그넷EV라는 충전기 회사를 인수해 고속 충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이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충전기 사업이 대표적인 전기차 관련 분야일 것이다. 이런 점을 현대차그룹도 파악하고 이핏의 경우 충전과 함께 결재가 한번에 처리되는 플러그앤차지(Plug & Charge) 및 디지털 월렛(Digital Wallet) 기능, 온라인으로 충전 순번을 지정하는 디지털큐(Digital Queue) 기능을 이핏과 통합 운영한다고 한다. 테슬라 슈퍼차저에서는 이미 이런 기능들이 적용돼 있기도 하다. 

사오십년 전 막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전국에 수없이 생겨난 주유소를 기억한다면 이런 충전 인프라 시장이 어떻게 발전돼갈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그때처럼 좋은 길목에 자리 잡은 충전소는 고수익을 낳을 수 있을까? 전력 값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사고 비싼 시점에 전기를 파는 방식으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게 되지는 않을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충전소가 등장하지는 않을까? 기존의 주유소와는 달리 기름 냄새가 나지 않고, 충전 시간이 10분 이상 걸리기는 할 것이니 카페와 같은 충전소가 등장하지는 않을까? 

이렇게 전기차 충전소에서 꽤 많은 사업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열리는 이 시장에 도전할 젊고 유망한 기업체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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