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8조원 투자” 현대차, 현지 전기차 시장 2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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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8조원 투자” 현대차, 현지 전기차 시장 2위 노린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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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아이오닉 5 생산 유력…“시장 파이도 커질 것”
“물량 이관 없다”에도 고용불안정 우려한 노조 “반대”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5년간 미국 시장에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8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미국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질이 빚어질 위기에 처한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반대’ 의사를 표명한 만큼 향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를 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추진하기로 하고 우선 내년에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와 투싼, 아반떼, 쏘나타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는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와 K5를 생산하고 있다. 북미 전략 차종인 텔루라이드는 전량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작년에는 현대차는 26만8700대를, 기아는 22만4200대를 각각 미국 현지에서 생산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투자 계획에서 당장 구체적인 생산 차종과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내년에 앨라배마 공장에서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칸(미국제품 구매)’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가운데 전기차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중국 시장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200조원의 정부 예산 지출도 결정됐다. 정부 기관이 가진 44만대의 공용차량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고려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과 현지 대량 양산 능력을 갖춘 업체의 선전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작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 20만6000대, GM 2만1000대, 폭스바겐 1만2000대, 르노-닛산 1만대, 현대차그룹 7000대, BMW 2000대 등의 순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년까지 내연기관 파생 모델이 아닌 다종의 전기차 전용 모델 라인업을 준비한 업체는 현대차그룹, GM, 폭스바겐 뿐”이라며 “2022년 이후 현지 대량 생산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2위 확보 가시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에 생산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아니고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한 라인 설비 확충 등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이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와 판매 확대 등의 효과는 클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이 설립된 2006년과 2010년 이후 미국 내 판매량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 수요 확대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지 생산과 고용 확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 설립 이후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며 현지 생산뿐 아니라 국내 공장의 미국 수출량도 늘어났던 것처럼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면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도 늘어나고 시장 자체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전기차 현지 생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의 반발은 예상대로 표출됐다.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에 신사업 변화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가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져 전기차 해외 생산 역시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조만간 노조에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따른 미국 현지 생산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는 빠르게 “사측의 일방적인 8조4천억원 미국 시장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며 “품질력 기반 고부가가치 중심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달 말 사측에 올해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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