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고차 생계형 갈등 ‘분수령’…“결정” VS “증폭”
상태바
내달 중고차 생계형 갈등 ‘분수령’…“결정” VS “증폭”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1.0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협의체 가칭 ‘자동차산업발전협의회’ 출범
매매업계 의견수렴 ‘중고차상생협력委’서 변경
‘낙관론’ ‘비관론’ 혼재…정부 중재력이 ‘관건’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완성차의 시장 진입 선언으로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중고차 생계형 갈등이 내달 새로운 논의의 장에서 전향적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고차매매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협의체 명칭 변경에 동의하면서 새 간판을 달고 협의점을 찾을 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매매업계는 기존 협의 테이블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가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상생’이라는 프레임으로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며 명칭 변경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완성차업계와 매매업계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은 매매업계 불참으로 상생위가 무산된 이후 4개월 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완성차 업계와 한국매매연합회, 전국매매연합회 등 매매업계는 ‘자동차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다음 달 중 출범하고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을지로위원회와 양대 매매연합회가 지난 20일 간담회를 열고 중고차 시장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새롭게 구성하기로 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다. 2019년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그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기한인 지난해 5월 이후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도 조바심을 느끼고 상생위 무산 이후 4개월 만에 새로운 협의체 구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의체의 간판을 바꿨다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 업계가 갑작스레 합의를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완성차 업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매매업계는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시장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6000여개 업체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것과 독과점 시장 형성으로 가격이 올라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매매업계 핵심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 진출에 신호탄을 쏜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은 동일하다”며 “이번 새 협의체 구성은 향후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시작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협의 기간을 못 박아 놓지 않는 이상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면서 결론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협의를 하더라도 기한을 정해놓고 그 안에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등의 절차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빠른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차가 ‘등록 6년, 주행거리 12만km 이내’ 중고차만 취급한다는 방안을 매매업계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새 협의체에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매업계는 그간 이 같은 완성차의 주장에 ‘소비자들이 주로 원하는 양질의 매물은 대기업이 모두 팔고, 매매업자는 인기 없는 매물만 팔라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매매업계 한 관계자는 “알고는 있었지만 자동차산업협회 뒤에 있는 현대차는 애초부터 대화할 뜻이 없었다”며 “결국 ‘알짜 매물’을 독차지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주장이 새 협의체에서도 계속 나온다면 파국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고차 생계형 지정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 27일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어 형식적 절차만으로 처리하기는 힘들다”며 “상생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결정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이해를 구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입장을 내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