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는 또 하나의 도로, 차로운영 개혁으로 도로공간을 명품화하자
상태바
차로는 또 하나의 도로, 차로운영 개혁으로 도로공간을 명품화하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_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련된 건축물도 눈에 띄고 가로공간도 다양해졌다. 도시부에 있는 대부분의 하천들도 정비돼 자전거도로나 산책로로 이용되면서 시민들의 생활 공간의 일부가 됐다. 

그럼에도 유독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도로, 그중에서도 차도공간이다.

통상 차도는 차로로 구성된다. 차량의 주행공간으로 폭원에 따라 편도 몇 차로 식으로 불린다. 초창기 차도를 포함하는 도로의 설계와 구조는 도시부도로나 지역간도로나 구분 없이 국토교통부의 설계 지침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됐다. 후에 도시부 도로의 보도는 보행환경 개선사업 등을 통해 개선이 됐으나 지금도 별도의 도시부 도로를 위한 설계지침을 갖고 있는 도시는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 보도를 중심으로 하는 가로경관설계 지침을 운영하는 경우는 있으나 차로를 위한 설계 지침을 운영하는 도시는 없다.

그렇다고 차로로 구성되는 차도가 전혀 변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통소통과 교통안전을 위한 교통규제 차원에서 좌회전차로, 가변차로, 차등차로, 능률차로제 등이 적용된 적도 있다.

차로에 별도의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시도도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서울에서 처음으로 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됐고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제는 2000년대 초반 시행된 버스개혁으로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완전히 독립된 차로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자전거도로 역시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보도에 설치됐지만 차도공간을 이용해 설치된 경우도 있다. 비록 활성화는 안 됐지만 천호대로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차도에 설치된 적이 있다.

세종시와 대전 유성 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중앙에 자전거도로가 설치 운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서울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는 녹색교통진흥지역에 자전거우선도로를 네트워크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 녹색교통 우선 정책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함께한 도시부 규제속도 하향정책으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도시부에서 일반 간선도로는 규제속도를 60km에서 50km로 모든 생활도로는 30km로 전격 조정됐다. 교통규제 속도의 하향 조정 배경에는 차량의 주행속도보다는 교통안전을 중시하는 정책철학이 담겨 있다. 

어렵게 시작한 교통규제 속도의 하향 조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제개선과 단속카메라 설치만으로는 구현되기 어렵다. 교통규제속도를 하향한 만큼 그동안 자동차의 주행기능 중심으로 운영돼 온 차로운영에도 개혁이 필요하다.

차로운영 개혁이 필요한 배경에는 자동차 중심 교통에서 인간중심, 대중교통중심, 녹색교통중심으로 변환하려는 도시교통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도시교통에서 보행의 역할을 중시하고 대중교통 이용공간을 우선시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와 같은 PM(Personal Mobility)이 공유교통 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도로교통 이용수요의 변화를 차로는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외에서는 새로운 차도공간의 모습이 다양하게 창출돼왔다. 파리시에서는 차도공간을 양분해 자전거와 지역버스 등을 위한 저속 이용 차로공간과 일반차량 이용 차로공간으로 나눠 쓴 지 오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도로에서는 주행을 위한 차로공간과 택시 승하차, 연도접근, 교차로 우회전 차량을 수용하는 측도(frontage road) 개념의 차로공간으로 차도를 나눠 쓰고 있다. 일본에서도 간선도로에서 연도 토지이용을 고려한 접근 교통수요를 도로설계에 반영하는 시도도 있었다. 아울러 다양한 도로 구간별 특성을 반영한 차도부 설계 매뉴얼도 개발돼 제공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도시에서 차도공간은 자동차 주행공간으로 운영되고 있고 도로의 모습도 대부분 천편일률적이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가 도시문제의 최상위에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지난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교통수요 관리가 더욱 더 절실한 이 시기에 개인교통수단의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 지자체마다 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이용을 장려하고 다양한 정책도 전개하고 있지만 현실은 비좁은 보도 위에서 사람을 피해 이용해야 하는 것이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문제해결 방식은 차도를 줄여서 보도에서 새로운 교통수요를 수용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의 도로다이어트 정책이 대표적이다. 차도를 줄여서 보도공간을 확충하고 확보된 공간에 자전거와 녹지를 수용하는 것이다. 

최근 개통된 세종대로 사람숲길이 첫 사례다. 차도와 보도 사이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해 자전거의 안전한 주행과 보행자와의 상충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도로 공간의 새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보행자 수요가 확실치 않은 보도 확장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차도를 단순히 편도 몇 차로의 개념에서 벗어나 차로 하나하나를 또 다른 하나의 도로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광로가 많은 도시에서 차로공간을 합리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차량의 주행성을 안정화시키면서도 도로의 부가 이용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차로가 도시에서 새로운 명품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첫째, 적극적으로 다양한 도로이용 수요를 수용해야 하고 둘째로 다양한 도로이용 수요를 수용한 결과가 도로구간별로 창출돼 새로운 도로의 모습으로 더 나가 도시의 모습으로 구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의 도로설계와 운영은 토목분야 이외에도 교통과 조경, 도시설계 등이 융합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에서 수행해야 된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다리를 하루에 하나씩 감상하면서 1년을 보낸다고 한다. 단순 도로공학적이고 토목적인 도로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도로로 재탄생해 도로를 보는 시민들의 즐거움이 배가 되기를 바란다. 그 시작은 차로를 또 하나의 도로로 보는 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