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리업의 ‘새 부대(負袋)’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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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관리업의 ‘새 부대(負袋)’에 거는 기대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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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관리업계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현안의 본질이야 과거부터 이어져 온 내용의 반복이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틀 안에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는 의미에서 기대와 우려는 불가피한 정서이고, 창의적 전략의 모색은 과제로 남을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먼저 중고차 매매업계는 이달 여당이 추진하는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출범에 동참의 뜻을 밝히고 지난해 완성차 시장 진입 선언에서 촉발한 중고차 생계형 지정 갈등을 해소할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당초 기존 협의 테이블인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가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상생’이라는 프레임으로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며 명칭 변경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전망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완성차업계는 최근 ‘등록 6년, 주행거리 12만km 이내’ 소위 매매업계가 말하는 ‘알짜 매물’만 취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어느 쪽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의지를 확인한 만큼 새 협의회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중재 능력이 남은 기간 ‘새 부대’가 대승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도 법제화 된 테두리 안에서 해묵은 과제인 보험정비요금 산정 등 손해보험업계를 상대로 첨예한 사안들에서 합의점을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명칭은 과거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라는 이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양 업계의 논의가 처음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이곳에서도 낙관은 금물. 두 번의 정회의와 수차례 실무회의를 거치고 있지만 안건상정 정족수에 대한 이견과 보험정비요금 산출 근거를 두고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아 보여서다. 형식의 틀이 마련되지 않아 내용이 표류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비관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그나마 도장재료비 산출 방식을 두고 합의에 이른 것은 성과이지만 실무회의에서 벌어지는 정비업계 내 잡음도 장애요소로 자리하고 있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도 새겨볼만 하다.

드디어 자동차관리업계의 핵심 이슈가 ‘새 부대에’ 담겼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고 ‘진행 속도’를 두고도 이해관계에 따라 동상이몽이다.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에선 완성차의 조급함과 매매업계의 느긋함이 드러나지만,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선 손보업계의 느긋함과 정비업계의 조급함이 논의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양 사안 모두 대기업과 자동차관리업계 간 협의의 구도지만 속내는 다른 처지를 반영하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관행에서의 탈피에 근거한 접근 자세이다. 그간의 주장과 의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새 부대’는 하나의 자루에 불과해서다. 오래된 술로 늘어날 대로 늘어난 양가죽으로 만든 낡은 자루에 새 술을 넣으면 발효 과정에서 더 이상 팽창을 견디지 못해 터진다는 성경의 격언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제 새로운 자루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할 때가 됐다. 새 술을 숙성하는 시간을 달리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더 이상 낡은 술을 넣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한 고민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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