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70대 택시기사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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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70대 택시기사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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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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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냥 빚도 말 한마디에 갚는다’는 말이 있다.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도 있다. 또다른 비슷한 의미의 속담이나 격언은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70대는 됨직한 점잖은 기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자기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 개월 전 어느 날 그다지 늦지않은 저녁시간에 승객 한 사람이 탑승했는데, 그는 다짜고자 “**로 빨리 가지”라며 반말로 행선지를 말했고, 기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대충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술을 조금 마신 듯 냄새를 풍기며 앉아 있더라는 것이었다.

기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승객이 바로 “에이 ××, 왜 대답을 안 해”라고 소리를 쳤고, 이에 기사가 “왜 반말을 합니까? 좋은 말 두고…, ** 가자 하지 않았나요?”라고 대답을 하자 승객은 곧장 “이런 ×같은…, 여기 내려줘. 기분 나빠 못 타고 가겠네”라고 차를 세워줄 것을 요구해 기사는 운행을 멈추고 그 승객을 내려주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승객은 재차 욕을 하며, “승차 거부로 신고할 테니 욕 좀 봐라”라고 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이 그날 이야기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지 한 달 이상 시간이 경과했을 때 기사에게 ‘승차 거부로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이 왔고, 그는 안내에 따라 그날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하며 자신의 정당함을 말했는데, 그 신고 건은 ‘심의’에 올라가 결국 주의 경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 일로 그는 두차례나 운행 스케줄을 비워가며 소명을 해야 하는 등 시간, 정신적으로 시달렸다고 했다.

기사는 “어처구니 없는 세상입니다. 생계라서 어쩌지 못하지, 이걸 감수하고 운행을 계속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투나 상대에 대한 예의를 미뤄 그가 승객에게 결코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불현듯 최근 택시기사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정부의 모 차관 생각이 났다.

승객이 아무 잘못이 없는데 먼저 승객에게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걸 택시기사가 있을까. 그 승객은 주위 사람들에게 늘 그렇게 대하는지도 궁금하다. 

비단 택시를 탔을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아파트에서 경비원에게, 군대에서 하급 병사에게, 직장에서 부하직원에게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험구와 악담이 상대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것인지 알지 못하면, 그런 사람이 사는 우리 사회는 결국 구제불능, 참담한 세상이 아닐까 해서 한마디 하는 것이다.                                                                                        <Ksuggo64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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