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다시 지하도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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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다시 지하도로인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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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 이후 자가용 승용차가 급증했고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본격화 됐다. 자가용 승용차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고 1985년 25만 여대에 불과 했던 자동차 대수는 6년 여 만에 100만대를 돌파했다.

일반도로로는 늘어나는 교통량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서울시는 ‘서울시 도시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고 총 304㎞로 구성되는 도시고속도로의 미래상이 제시됐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필요성은 높아져 갔고 1992년에 처음으로 서울에 4개축 59㎞로 구성되는 격자형 지하도로가 국토개발연구원에 의해 제안됐다. 제안된 격자형 지하도로망은 공청회 과정에서 지하공간에서의 방재안전의 문제 등 기술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전문가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무산됐다.

지하도로가 대규모 프로젝트로 다시 추진된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0년대 후반 경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심화되는 도심부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지상도로를 차량 위주에서 사람도 공유하는 공간으로 재편하기 위해 제안 된 것이 ‘유-스마트웨이(U–smartway)’ 였다. 서울시는 유-스마트웨이 기본계획에서 총 149㎞의 3x3 격자형 도심순환 지하도로망 건설을 제안 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중도 사임으로 추진 동력을 잃고 무산됐다.

이후 지하도로는 제물포 지하도로 및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과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중랑권 동부 간선 지하화 사업이 간헐적으로 추진돼 왔다.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 간 지하화 사업도 선거 때만 되면 부상하는 인기 공약이다. 서초구청장 선거 때만 되면 한남~양재 간 6.4㎞를 대심도 지하고속도로로 정비하는 복합 개발안이 제안됐다. 지금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답보 상태에 있던 지하도로 정비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다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용산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하도로망을 링킹파크(Linking Park) 계획으로 구체화 하고 있다. 링킹파크(Linking Park) 계획은 200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후 박원순 시장체제에서 좌초됐던 용산개발을 재추진 하면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용산을 연계시키는 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제 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경부고속도로 동탄~양재 간을 포함시킬 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경부고속도로 동탄~양재~용산을 연결하는 지하도로 정비 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하고속도로가 다시금 대도시권에서 부각되는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대규모 추가 도시개발을 시행함에 있어서 기존의 교통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용적율과 층고의 상향이 필연적이고 확실한 교통대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용산개발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새로운 차원의 교통인프라로 지하간선도로가 요구되는 것이다.

둘째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돼 고품격 도로공간 정비 욕구가 높아지면서 아파트단지에서 이미 지상부에 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다 옮겨 갔듯이 시가화 밀집 지역에서 지상부 도시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경향이 일반화 된 것이다. 지상부 도시고속도로 공간을 인간 중심의 친환경 교통체계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대심도 지하도로는 통과 목적의 자동차교통을 수용함으로서 만성적인 지역 교통정체도 해소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 된 것이다.

미국 보스톤시의 빅 딕(Big Dig),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M30 등의 사례와 같이 기존 도로를 지하화 함으로서 지상을 오픈스페이스로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셋째는 국토교통부의 도로정책 방향의 변화다.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서 동탄~양재간 경부고속도로 지하도로를 검토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국토교통부가 대도시권 도로정비 특히 지하도로에 관심을 갖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국토교통부가 주관해 왔던 지역 간 고속도로 정비 사업은 사실상 거의 종료됐고 타당성이 있는 신규 사업구간 발굴도 어려운 상태이다. 반면에 대도시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심화되고 대도시권 외곽지역에서의 교통정체는 날로 심화돼 추가 교통 인프라의 공급 수요가 대두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토교통부도 대도시권 주변에서의 지하고속도로 확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자동차와 도로의 획기적인 지능화도 지하도로 정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하도로의 발목을 잡았던 교통사고와 화재 등 방재 이슈가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으로 해결될 수 있게 됐다.

지하도로는 다양한 목적으로 대도시권에서 미래의 도로 사업으로 부각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엄청난 사업비와 공사기간 중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정책 추진도 신중해야 한다.

대도시권에서 지하도로 정비는 도상 계획이 돼서는 안 된다.

3x3이니 우물 정(井) 자니 하는 개념은 특히 위험하다. 무리한 네트워크적인 발상은 더욱 그렇다. 지하도로를 둘러싼 많은 논쟁이 해소됐다고는 하나 가장 큰 장애인 시민단체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탈자동차정책도 그렇지만 과도한 교통수요의 견인과 집중은 일반 시민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대규모 복합개발을 통한 지하도로 정비도 형평성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 시가화 지역에서 기존 도시고속도로를 지하화 함에 있어서 공공성과 공공 기여가 명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도시고속도로 전체 네트워크를 보완하는 차원인지, 통과교통을 우회처리 하는 것 인지, 아니면 교통 분산 처리로 교통정체를 완화 시키려는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대규모 개발을 해야 되니까, 기존 도시고속도로 정체가 심각하니까 지하에 추가 고속도로를 공급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대규모 지하도로망 건설 보다는 기존 도로체계의 약점을 관통하는 지하도로 정비안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재점화된 지하도로 건설계획이 너무 거창한 나머지 좌초되는 것보다 면밀한 도로체계의 분석 하에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됐으면 한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구간에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충돼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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