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호출 서비스를 쓰는 택시 기사들이 승객에게 ‘카카오 T’ 이용을 말리거나 다른 회사 서비스를 추천했다가 무더기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5~7월 카카오 T 택시 기사 33명이 승객에게 ‘타 플랫폼 이용 권유 및 카카오 T 이용만류’를 한 것으로 적발돼 카카오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카카오는 1차로 경고 처분을 한 다음 동일 사례가 재발하면 일정 기간 카카오T 이용 자격을 박탈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다른 택시 앱 이용을 권유하거나 카카오 T 택시 이용을 만류하는 행위는 카카오 T 택시 이용 승객에게 불쾌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용약관에도 위배된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현재 카카오 T 택시 기사용 이용 약관에 ‘타 플랫폼 이용 권유 및 카카오 T 이용만류’를 명확하게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회사 또는 제3자의 업무에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구절을 이번 사례에 적용했다.
이런 단속의 배경에는 카카오와 택시 간 마찰, 그리고 경쟁자의 등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한 카카오는 개인·법인 가릴 것 없이 택시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단 무료 서비스로 택시 시장 점유율을 늘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다음 월 9만9천원의 유료 멤버십 요금제를 사실상 강요하는 방식으로 ‘갑질’을 한다는 게 택시 측 불만의 핵심이다.
여기에 SK텔레콤과 우버가 합작한 ‘우티’가 올해 4월 출범해 '수수료 0원'을 내세우고 택시 호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간 이렇다 할 적수 없이 시장을 독식했던 카카오로서는 핵심 경쟁력인 가입 택시 대수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할 상황이 됐다.
이에 카카오는 기사 대상 ‘프로 멤버십’ 할인을 연장하고 보험 혜택을 추가하는 등 ‘당근’과 함께 이탈 단속에 나선 것이다.
최근 경고 조치를 받았다는 서울의 한 택시 기사는 “승객 불편은 근거도 없는 핑계일 뿐 카카오가 택시를 다 자기 밑에 두려는 속셈 아니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