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캠페인(무절제한 경음기 사용) : “누가 내 앞으로 끼어들기를…” 빵~빵~
상태바
택시캠페인(무절제한 경음기 사용) : “누가 내 앞으로 끼어들기를…” 빵~빵~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변의 충격과 분노에도 “내길 간다”
보복운전 44%가 과도한 경음기 울림
지나치면 ‘교통폭력’...처벌 받을 수도

수년 전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국의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보복운전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복운전의 유형으로 ‘계속적으로 빵빵거리며 경음기 울림’이 4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계속적으로 전조등을 뻔뜩거림’(39.4%), ‘지나가며 욕설’(38.8%), ‘앞으로 추월하며 진로를 가로막음’(29.1%)의 순으로 응답했다.
여기서 주목해볼만한 점은 의외로 많은 시민들이 자동차의 경음기 소리에 예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참지 못하고 보복 또는 유사한 운전으로 상대방 운전자에게 소위 교통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들이 경음기 사용의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이 조사로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택시 운전자들은 어떤 경우에 경음기를 사용할까.
우선, 보행자나 다른 자동차가 내차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내차 앞으로 나타나 자칫 사고 위험이 감지될 때 위험을 경고하는 의미로 경음기를 눌린다. 이는 매우 상식적이어서 비록 경음기 사용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음에도 분명한 이유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은 비슷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좌우에 진행하는 자동차나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의 존재와 상관없이 나는 내 길을 가겠다며 무조건 직진을 고수하며 길을 비켜라는 신호로 경음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때 경음기 소리는 상대방에게 위험상황을 전달하는 정상적인 신호보다 대부분 더욱 강력하고 자극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라는 주변의 자동차 운전자나 보행자들은 깜짝 놀라 진행을 멈추거나 급히 상황을 판단하게 되지만, 도를 넘은 경음기 사용에는 분노를 표시하기 일쑤다.
다음 사례로는, 진행중인 자동차의 앞쪽으로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다른 자동차에게 끼어들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격한 경음기 소음을 뿜어내는 경우다. 그렇게 해서 내차와의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끼어들기를 시도하던 상대방 자동차 운전자는 분노를 촉발시킬 수 있다.
문제는, 끼어들기를 허용할만한 범위나 상황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운전자들마다 임의로 판단한다는 점이며,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운전자는 ‘충분히 끼어들기를 할만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고, 끼어들기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운전자는 ‘불가능한 상황이나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로교통법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다. 실제 끼어들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자동차들이 앞뒤 간격 없이 줄지어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옆 차선에서 내 앞으로 차선을 옮기고자 방향지시등을 점멸하고 접근해올 때 이를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거의 직진하는 운전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밀리고 막히더라도 ‘넣어주자’고 마음을 먹으면 끼어들기는 가능해진다. 반대로 조금 느슨한 상황에서도 ‘절대 안돼’라고 마음을 먹으면 끼어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누군가 끼어들기를 하기 위해 옆 차선에서 접근해올 때 경음기 소음을 격하게 내뿜으며 앞차와의 간격을 더욱 좁히는 운전자라면 끼어들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끼어들기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끼워주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갑자기 경음기를 누르며 속도를 높이고 앞차 꽁무니에 따라 붙다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끼어들기 자동차와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발생한다. 교통량이 많고 이동을 서두르는 아침 출근시간대 복잡한 도로에서의 접촉사고의 유형 대부분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결국 경음기를 자주 사용하며 오직 자신의 방식대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접촉사고 가능성이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좀 다른 상황, 즉 속도를 높여 달리는 도로에서도 그와같은 운전행태는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일정한 속도로 달려가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자동차 앞쪽으로 끼어든다면 불쾌감을 느끼며 참지 못하는 운전자들에게서 그런 사고는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끼어들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경음기를 계속 눌러대거나 속도를 오히려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들여다볼 부분은, 앞에서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에 대해 경음기를 눌러대는 경우다. 이유는 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직 자신의 운전 습관대로 달려야 하는데 누군가가 걸림돌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경음기를 눌러대며 비켜나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운전 중 경음기 사용은 최대한 자제돼야 하며, 만약 경음기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대도시지역에서 다수 운전자들이 자주 택시의 경음기 사용을 지적한다. 물론 많은 택시가 경음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지만, 일부 택시에서 발견된 과도한 경음기 사용으로 인한 충격과 분노가 전체 택시에 대해 비판적 인식으로 변질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경음기를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의 51.8%가 과도한 경음기 사용의 이유로 ‘앞에서 천천히 갔기 때문’이라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앞에서 끼어들었기 때문’(43.8%),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31.3%), ‘사고가 날 뻔 했기 때문’(17.2%)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과도한 경음기 사용은 자신의 빨리 달리고자 하는 욕구가 타인에 의해 억제될 때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경음기를 눌러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참고로 알아둘만한 사실이 있다. 과도하게 경음기를 울리며 다른차를 위협한 운전자에 대해 법원은 “판단 기준이 가해 운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나 제3자의 입장에서 위협을 느꼈는지 여부"라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과도한 경음기 사용은 교통폭력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교통폭력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교통방해치상죄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과도한 경음기 사용에 대한 또다른 접근도 있다. 교통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인 교통사고나 대기오염, 체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이상으로 교통수단이 야기하는 경음기 등의 소음 피해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간주하는 주장이다. 소음은 교통사고로 인해 나타나는 가시적 피해 양상과는 달리 그 피해 정도나 심각성이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소음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이 겪는 정신적 피해 등은 제대로 계량화되지 않고 있으며, 대책 또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느닷없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경음기 소음은 그 시점에서 듣는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지만, 돌아서면 잊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부드러운 음악을 듣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소리를 높여 소음 수준까지 소리를 높여도 듣는 사람은 이를 소음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느닷없는 경음기 소음이 같은 수준의 소리 수준으로 갑자기 터져 나올 때 듣는 사람들은 엄청난 소음으로 느낀다고 한다. 이 경음기 소음이 교통 현장에서 의도적으로 폭발한다고 하면 그것은 운전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 다수에게 고통과 충격을 줄 수 있다.
북유럽에서 온 한 여행자가 우리나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불필요하게 자동차 경음기 소리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점만 뺀다면 한국은 교통선진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택시는 외국인 승객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택시의 안전운전과 법규 준수, 그리고 경음기 소음이 없는 교통수단으로 운행한다면 비로소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한다고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