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가이드라인' 통해 본 '유형별' 버스 준공영제] “정답은 없다···시대·지역상황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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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가이드라인' 통해 본 '유형별' 버스 준공영제] “정답은 없다···시대·지역상황 맞춰야”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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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금관리형, 서비스 만족도 높으나 비용 부담 커
노선입찰제형, 공공성 강화 불구 서비스 저하 우려
전문가 “문제점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제도, 바람직”

‘버스 준공영제’는 1990년대 이후 버스 이용 수요의 감소로 불거진 민영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버스 운영은 민간이 맡고, 재원과 서비스 관리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제주도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며 지난 2019년부터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추진하고 있어 두 준공영제 방식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자체에 배포한 ‘버스 준공영제 도입 및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수입금공동관리형’과 ‘노선입찰제형’ 두 가지 유형에 대해 ▲운송원가 산정의 합리적 기준 ▲보조금 관리 강화 ▲버스업체 경영 효율 제고 ▲지자체 권한 강화 방안 등을 담았다.

본지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와 노선입찰형 준공영제의 탄생 배경과 효과,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서울시와 경기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봤다.

◇서울형 준공영제의 탄생

서울시의 버스 운영체계는 2000년까지 민간 버스업체에 의해 완전 독립채산 방식으로 순수 민영제로 운영됐다. 이후 2001년부터 버스 교통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분적으로 적자 노선에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운영됐다.

2000년대 전후 서울지역 버스업계는 업체 간의 노선 중복에 의한 과당 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었다. 면허권이 곧 노선운영권으로 자리 잡아 업체별로 ‘부익부 빈익빈’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노선은 폐기되거나 버스 운행이 크게 줄어도 해당 지자체의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승용차 대중화와 지하철 및 도시철도 건설 등으로 버스 이용률은 감소했다. 시는 시내버스 경영합리화 정책을 펼쳤지만, 버스업체와 운행 대수 감소가 버스 이용 인원 감소로 이어져 경영환경은 나날이 악화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는 2002년 ‘버스시스템 개편안’을 발표하며 준공영제를 처음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04년 7월 수입금공동관리형과 노선입찰형을 병행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다.

시는 일부 간선노선과 도심 순환버스에 대해 4개의 버스 운영업체를 선정해 6년 단위로 운영권을 부여하는 노선입찰제를 진행했다. 이밖의 노선은 노선운영권을 업체가 갖고, 수입금은 서울지역 버스업체들과 공동관리·정산하는 수입금공동관리형을 적용했다.

수입금공동관리형은 버스의 모든 운송수입금을 모아 운행실적, 경영 및 서비스 평가를 통해 결정한 운송비용을 나눠갖는 제도다. 총 운송수입이 총 운송비용보다 부족하면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하는 형태다.

시는 간선노선의 면허를 3년 연장한 뒤 2013년 7월 전부 일반 면허로 변경해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는 막을 내렸고,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하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수입금공동관리형의 명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적자 노선의 운행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노선 간 수익 격차를 완화했다. 1일 2교대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인상해 운수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배차 정시성도 높여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교통사고는 2004년 1944건에서 2017년 700건으로 64%나 감소했다. 배차 정시성은 2006년 87.3%에서 2017년 94.2%로 6.9%p 증가했으며, 서비스 만족도는 2006년 59.2점에서 2018년 81.24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적자분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업체 간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노선권과 면허권을 버스 운영업체가 소유하고 있어 감차나 노선 조정에 어려움이 있다. 또 버스 운영비용을 업체 수입으로 인식하는 비용 정산체계에서는 비용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는 점도 단점이다. 시는 그동안 준공영제를 운영하며 과도한 임원 인건비, 중복 임원 임명, 기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비리, 정비직 인건비 유용, 운송수입금 부풀리기, 업체의 자발적 경영 개선 노력 소홀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준공영제의 특성상 운송원가 중 인건비와 유류비, 각종 유지·관리비용의 증가와 무료환승할인제 등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의 재정 지원 부담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선입찰형 제도 부활

민선 7기 경기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취임 후 새로운 준공영제 방안을 모색한다. 기존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가 갖고 있는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노선 사유화 등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경기도는 2018년 ‘광역버스 새경기 준공영제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이듬해인 2019년 6월 최종보고서를 받는다.
보고서는 경기도 버스 운영 현황과 운수종사자 근로여건 변화, 버스 운영체계를 분석하고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버스의 면허와 운영권을 가지고, 버스운송사업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일정 기간 한정 면허를 받아 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노선입찰형은 수요가 적어 민간 버스업체가 운행을 꺼리는 비수익노선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이 버스 서비스를 공급해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업체가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질의 버스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구조로 낮은 가격으로 자발적인 경영 효율화를 시도하게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

경기도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11월 16개 광역버스 노선에 대해 노선입찰제 기반의 ‘경기도형 준공영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후 도는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경기도 공공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뒤 올해 8월 1일 그동안 수입금공동관리형 방식으로 운영하던 직행좌석형 시내버스 70개 노선을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했다.

또 지난 9월 민영제로 운영하던 광역버스 12개 노선을 경기도 공공버스로 전환시켜 경기지역 광역버스의 90%를 노선입찰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경기도 공공버스 이용객 1012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해 경기도 공공버스 만족도는 85점,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의 만족도는 79점이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내놨다.

◇종합적 고려 필요

아직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자체가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그동안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서 나타났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의 재정 상황과 도시와 농촌, 신도시 등 공간적 특성, 운수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과 임금 상승, 환승 손실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는 경쟁입찰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입찰과 정산, 계약 등 업무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입찰·정산업무 등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운영해야 한다.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담 인력을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 역시 도민의 세금이므로 입찰을 위한 매몰비용과 교통공사 등 관리기구 유지·운영비용이 더 커지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쟁 원리’가 작동하려면 충분한 참여가 있어야 하고, 적자노선만을 대상으로 하면 기존의 흑자 노선이 증발해 보조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경기도 공공버스 역시 광역버스가 시간대별 수요 편차와 단일방향 이용객이 존재하고, 긴 무정차 구간과 유료도로 경유라는 특성이 있으며, 중복노선 조정이 시내버스보다 용이해 노선입찰형 준공영제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기도 공공버스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국고 부담 비율’ 문제와 임금 인상 및 1일 2교대제 등을 놓고 벌이는 노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새경기 준공영제 연구보고서는 “경기도는 지역 특성상 도시와 농촌, 도농복합지역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단일 운영체계만으로 대중교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지역별 여건과 특성을 고려하는 다양한 유형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준공영제 운영 방식은 시민들의 편의 증진과 안전,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 철저한 관리·감독 등 당초 목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 지자체가 고민해서 각각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의 경우 완전공영제에서 인근 거주민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노선에 대한 대체버스 운행을 지자체가 민간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위탁관리형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특정 준공영제가 정답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 상황에 맞춰 버스가 대중교통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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