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정기권 갈등' 합리적 대안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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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정기권 갈등' 합리적 대안 없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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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거리 따른 금액 차등화로"

서울시가 15일부터 지하철 정기권 판매를 강행키로 한 가운데, 이를 수도권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철도청과 인천시, 경기도 등 이해 당사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도입키로 한 지하철 정기권이 서울시내 국철구간과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구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반쪽 정기권'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철도청 등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때가지 도입을 연장할 것을 요청했으나 서울시가 '이미 발표한 내용을 번복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정기권 발매를 강행키로 해 더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 단독 도입, 혼란 가중

서울시가 1∼8호선 서울시 관할 노선에 대해서만 15일부터 정기권 도입을 강행키로 함에 따라 서울시내에서 정기권 사용이 가능한 구간과 불가능한 구간이 혼재해 이에 따른 혼란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환승역의 경우 출입 게이트에 따라 사용가능 여부가 달라 별도운임 징수 등에 따른 대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지하철과 철도청 간 환승역인 신길·가리봉·온수·이촌·왕십리·석계·도봉산·수서역 등에서 정기권을 사용해 승차 또는 하차할 경우 지하철 게이트에서는 사용할 수 있으나 철도청 게이트에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정기권을 사용할 수 없는 경기·인천시민 약 200만명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민원, 항의 역시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철도청의 입장에서도 정기권으로 1∼8호선 이외 구간 이용시(113개역) 게이트 통과거부 처리, 여객안내 및 별도운임 징수 등을 위한 추가 인원을 상시 배치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책추진에 따른 책임 전가
일부에서는 정기권 문제를 '소비자 편의'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거리비례제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정기권 발급이 일반화돼 있고,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우량 고객'에게 혜택을 많이 주는 지극히 합리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별로 타당성을 인정받기가 힘든 것으로 보인다. 제도는 합리적이지만, 그 시행의도나 진행과정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안을 기획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애초부터 정기권을 도입하려 했음에도 이를 개편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정기권 도입으로 인한 수입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지난 4일 부랴부랴 개선책을 발표하면서 정기권 도입이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합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었다.
또 이후 철도청과 인천시, 경기도 등이 제고를 요청하면서 몇 차례 협의를 거쳤지만 합의에 실패하자 서울시 관할 노선에서 만이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만을 거듭 밝히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철도청 관계자는 "철도청 등에서 수도권 전 주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면서 운임체계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서울시의 교통실책을 제 3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기권 도입 손실 3천600억원

철도청 등도 지하철 정기권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정기권을 서울시의 입장처럼 거리 및 요금에 상관없이 이용횟수를 무제한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른바 '전구역 단일구역제' 형태의 정기권을 도입할 경우 이번 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운임체계의 근간이 되는 거리비례제와 수익자 부담원칙 등이 무너지게 된다는 이유다.
또 무제한 사용시 지하철 운영 적자를 감당하기 힘든데다 이를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보전해 준다는 것 역시 국민의 세금을 특정지역 주민의 교통편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국민부담과 수혜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철도청에 따르면 수도권 전구간을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월 3만5천200원)이 도입될 경우 지하철공사·도시철도공사 등 서울시 관할 기관의 운영노선에서 약 2천426억원, 철도청 운영 노선에서 약 1천244억원(서울시 390억원·경기도 690억원·인천시 164억원) 등 3천670억원의 수입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서울시 관할 구간에서의 손실분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으나 철도청 관할 구간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에 대해 보전주체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운영 주체인 철도청이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정기권 도입을 찬성하기 어려운 노릇이고, 이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지자체에서 각각 부담하는 방안도 그리 합리적인 방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정책에 따른 비용을 제 3자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손실분 지자체가 보전
서울시가 단독으로 정기권 제도를 강행함에 따라 향후 수도권 지하철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일이 과제로 남겨졌다.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대안은 철도청이 정기권 제도를 수용하고 손실분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서 보전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철도청도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에서 손실분에 대한 보전을 전제로 보상계약 등을 체결할 경우 철도청 구간에 정기권 도입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철도산업기본법이나 도시철도법 등 관련 법령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서울시의 실책을 제3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정기권 발행으로 발생하는 일부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을 전국민의 부담으로 충당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전구역 단일구역제' 형태의 정기권을 수정·보완해 현행 서울시의 정기권 제도로 인한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철도청은 서울시가 시행하는 단일 요금 정기권이 아닌 거리비례제에 따른 탄력적인 개념의 교통카드 정기권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즉, 특정 출발 지역 및 도착 지역을 정하고 정기권 요금도 차등을 둬야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용거리에 따른 금액 차등화로 현재의 운임체계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카드를 활용한 정기권 발매로 고객편의 및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철도청의 주장이다.
팽정광 광역철도사업본부장은 "이용거리에 따라 운임을 차등 적용하는 교통카드 정기권을 도입은 수도권 전 주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면서 운임체계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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