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칼럼] 교통안전문화, 나부터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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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칼럼] 교통안전문화, 나부터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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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지난 2010년 인천대교 버스 추락 사고, 2014년 유명 연예인을 태운 승합차의 빗길 미끄럼 사고, 2015년 영종대교 106중 연쇄 추돌사고, ‘윤창호법’ 마련의 계기가 됐던 2018년 부산 해운대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고, ‘민식이법’ 마련의 계기가 됐던 2019년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고 김민식 군 사망 사고, 최근 발생한 서울 선릉역 교차로에서의 이륜차 사망사고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형교통사고와 안타까운 사망소식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아찔한 사고 장면들이 공유되고 재생되고 있어, 특정 사고 이슈에 대한 뉴스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고 당사자들의 과실여부나 과실비율에 대한 논쟁을 뜨겁게 펼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교통사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요즘, 교통안전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를 논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 필자는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는 한 교차로에서 전적색(all-red) 신호, 즉 전방향 보행자 횡단이 가능한 신호에 우회전을 시도한 차량으로 인해 대각선 방향으로 횡단하려던 보행자들이 순간 멈칫하며 사고가 발생할 뻔 했던 상황을 목격했다. 모든 도로이용자는 도로상에서 신뢰의 원칙하에 도로를 이용한다. 즉, 상대방이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도로를 주행하고 보행을 하는 것이다. 주행하고자 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차량과 보행자들이 한정된 도로라는 공간에서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상호간의 신뢰’인 것이다.
신뢰가 없는 도로를 상상해보라. 언제, 어디서든 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이나 보행자가 나를 향해 돌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운전이 가능하겠는가? 보행은 가능하겠는가? 많은 교통사고가 이 신뢰의 원칙을 깨뜨리는 도로 이용자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오늘 여러분의 운전은 어떠했는가?
지난 8월, 서울 선릉역 교차로에서 화물차가 이륜차를 덮쳐 이륜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호 대기 중이던 대형 화물차 앞으로 배달 이륜차가 끼어들었고, 높은 운전석 위치로 인해 사각지대에 있던 이륜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화물차 운전자가 바뀐 신호에 따라 그대로 출발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이륜차 운전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차 중이던 화물차 앞에 불법 끼어들기를 하지 않았다면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이륜차 운전자 사이에서는 '배기음 소리가 컸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단속돼 벌금을 내더라도 자위적 방어권을 행사하려면 불법 튜닝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게 오히려 오토바이 이용자를 위험에 처하게 만드므로 불법 개조를 통해 배기음을 키우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배달원들의 온라인 카페에서는 교통법규 위반을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배달원들의 교통법규 위반은 사람들 대부분의 암묵적 동의이며,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배달 이륜차의 교통법규 위반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운전자의 인식과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교통법규 위반은 불가피하다는 그들의 주장과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말 서행 및 정차 중인 자동차 사이의 주행, 횡단보도와 보도 주행, 역주행, 신호위반 등이 배달 이륜차 운전자들에게는 당연한 것인가? 아슬아슬 곡예 운전하는 그들의 가족이 횡단보도와 보도의 보행자 또는 주위의 차량 운전자여도 당연한 것인가?
정체 중인 고속도로 본선에서는 차로변경이 금지된 우측 진입차로로 차로 변경을 하거나, 진입차로의 가속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본선으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도 흔히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진출차로나 회전차로의 정체 상황에서 대부분의 운전자가 줄을 서서 순서대로 주행하고자 할 때, 무리한 끼어들기 차량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껴본 운전자도 많을 것이다. ‘나만 편하면 된다’, ‘나만 빨리 가면 된다’,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인식과 ‘끼어들기와 무리한 차로변경 행위를 운전 잘한다’라고 여기는 착각, 그리고 운전자가 드러나지 않는 차량이라는 익명성에 다른 차량이 불편하고 위험한 상황은 신경 쓰지 않는 운전행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단속에 걸리면 '내가 잘못했다'라는 생각보다 '재수가 없었다'고 투덜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을 가지게 되는 배경에는 운전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제대로 된 교통안전 윤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단 운전뿐이겠는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있는 얌체주차,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 사각지대의 불법주차는 어떠한가? 보행자 안전펜스를 넘어 나타나는 무단횡단 보행자,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무리하게 횡단을 시도하는 보행자, 보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하는 PM은 어떠한가? 심지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민식군과 같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되며 등장한 ‘민식이 놀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몇몇 누군가의 일탈 행위이고, 몇몇 어린이들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고 외면해 버린다면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교통법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안전한 교통환경에 대한 사회적 노력의 시작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나부터 바뀌고 보자. 다른 도로 이용자를 방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하는 태도를 가지자. 나만 빨리 가면 되고 나만 편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량과 보행자를 방해하고, 그들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져보자.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어떤 운전자이며, 어떤 보행자의 모습인가? 여러분의 자녀는 어떤 운전자의 모습이고 보행자의 모습이길 바라는가? 나부터 바뀌어야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고, 내가 바뀌어야 내 자녀가 살아갈 미래의 교통 환경이 안전해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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