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째 “분당은 배송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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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째 “분당은 배송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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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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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조원 많은 성남·울산 등은 배송 불가 수준

"지금 분당에 어느 회사 택배 배송이 가능한가요? 보름 전에 시킨 건 환불 처리도 안 되고, 주문한 건 오지도 않네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모(33) 씨는 요즘 온라인 지역 모임 카페에 택배 문의를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온라인 배송을 주문하기 전 카페를 통해 현재 배송이 원활한 택배업체를 찾고, 이어 구매처에 그 회사를 통해 배송해 달라고 일일이 요청하는 식이다.

이씨는 "구매처에 따라 특정 택배업체로 보내달라고 요구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내야 할 때도 있는데 제때 물건을 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어지간하면 택배 주문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지만 피할 수 없을 땐 정말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양모(34) 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동마다 배송이 오는 곳이 있고 안 오는 곳이 있어서 판매자들도 분당지역으로 발송하는 걸 꺼리고 있다"며 "되도록 서울 사무실 주소로 택배를 받은 뒤 집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택배노조)와 사측인 CJ대한통운의 갈등에 의한 주민 불편이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한 달을 넘어 명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 참여자는 쟁의권이 있는 1650명으로, 전체 택배기사 2만여명의 8%에 불과하다. 거기에 배송 지연 지역에 대한 집하 제한조치 및 다른 기사를 통한 대체 배송이 이어지면서 미배송 택배가 하루 40만개 이하로 내려가는 등 파업 여파는 차츰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 조합원 비율이 높은 경기도 광주시와 성남시, 창원시, 울산시 등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광주와 성남지역을 총괄하는 성남터미널의 경우 소속 택배기사 170여명 중 120여명이, 분당터미널의 경우 소속 기사 70여명 전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조합원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분당 일대의 CJ대한통운 배송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며, 이로 인해 다른 택배사 역시 주문이 쏠리면서 과부하로 배송이 지연되거나 주문 접수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와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갈등의 배경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시각차에서 비롯한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요금 인상분을 사측이 택배기사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수도권 대다수 터미널에서 여전히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비 인상분의 절반 정도는 기사 수수료로 배분되고 있으며 새해부터 5500명 이상의 분류 지원인력을 투입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달 24일 국토부가 택배사들의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측의 주장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택배 화물 관련 기업이 가입해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노조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 불이행이라는 파업의 근거가 사라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노조에 파업 중단과 조건 없는 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는 국토부의 조사 결과를 놓고 "파업 사태의 근본 원인은 사측이 택배 요금 인상분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하고 있느냐 여부인데 이 문제는 점검 대상에서 고려되지 않았다"며 "국토부가 CJ대한통운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여 일째 이어지는 일부 조합원의 단식 농성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 투쟁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파업 사태가 설 연휴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조속히 끝내고자 CJ대한통운 측에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해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라며 "오는 11일 서울을 중심으로 노동자대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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