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통금'에 대리운전 못잡아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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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통금'에 대리운전 못잡아 '발 동동'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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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밤 9시로 제한하자···요금 2배 지불도
기사들도 심야 시간대 '콜' 끊겨 매출 타격

직장인 K(48) 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저녁 술자리를 마친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하려다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오후 9시께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10㎞ 거리에 있는 마포구 신수동 소재 자택까지 가기 위해 앱으로 기사를 불렀는데, 평소 비슷한 거리를 이동할 때 내던 요금을 설정해두니 수십 분째 기사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K씨는 비슷한 거리를 이동할 때 내던 가격보다 1만원가량 더 비싼 3만원을 앱에 입력한 뒤에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K씨는 "식당이 문을 닫는 오후 9시쯤에는 이용객이 몰려 기사를 배정받기 어렵겠다는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부담스러워 한동안은 술자리 약속이 있는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이 시간대 전후로 대리운전 이용객이 몰려 많은 시민이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평소에 내던 요금보다 적게는 수천원에서 많게는 2배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겨우 기사를 배정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대리 기사를 기다리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2~3배는 길어졌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불만들이 나오다.
온라인 카페와 소셜미디어상에서도 "평소 6만원가량 내던 거리를 오늘 12만6천원 내고 이동했어요", "요금을 1만7천원 올렸는데 1시간째 대리가 안 잡혀요" 등 난감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이러한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음식점들이 일시에 영업을 종료하다 보니 자정이 넘은 심야 시간대에는 이용객이 뚝 끊겨 매출을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김모(31) 씨는 "오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손님이 몰리기는 하지만, 이후로는 고객 '콜'을 거의 받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기사들도 더더욱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비싼 요금을 제시하는 손님들만 태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심야시간대까지 대기하며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공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차라리 쉬는 게 나을 거 같아 요즘은 일찍 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수년간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한 40대 기사도 "특정 시간대 요금이 오르면서 퇴근 후 부업으로 잠깐 근무하는 기사들은 벌이가 나아졌을지 모른다"면서도 "전업 기사들의 경우 최대한 긴 시간 근무하며 손님을 많이 받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로 인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리운전 기사는 최근의 상황으로 수입이 크게 줄었다며 “차라리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는게 낫겠다 싶어 지금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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