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탈러시아 확산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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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탈러시아 확산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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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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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리오, 러서 두달 연속 베스트셀링 모델
애플·인텔·GM 등 글로벌 기업들 철수 움직임
현대차만 잔류시 세계적 불매운동 타깃 우려

글로벌 기업들의 '탈 러시아'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러시아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통계를 제공하는 베스트셀링카즈 블로그에 따르면 기아 리오는 지난달 러시아에서 총 7893대가 팔려 지난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의 쏠라리스도 선전 중이다. 쏠라리스는 지난달에 작년 동월 대비 31.3% 많은 7238대가 팔리며 2016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2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현지 맞춤형 전략 모델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러시아 시장에서 전체 3위권 이내의 판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2월까지 총 2만7322대(점유율 13.3%)가 팔려 러시아 전체 브랜드 중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현대차는 2만5117대(12.2%)로 기아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도 기아는 20만5801대(12.3%), 현대차는 17만1813대(10.3%)를 각각 판매해 현지 브랜드인 '라다'의 뒤를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약 23%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3%다. 이 중 현대차의 경우 4.1%, 기아는 7.0%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체 글로벌 판매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연간 생산량 23만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바탕으로 러시아 시장 점유율 3위권 이내의 완성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데다 현지에 함께 진출한 협력업체들의 생계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2020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연간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공장<사진>을 인수하며 시장 확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애플, 인텔 등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이 줄이어 러시아 철수를 발표하면서 현대차·기아는 러시아에서 발을 뺄 수도, 잔류를 선언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포드는 러시아 내 합작회사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고 GM과 볼보, 도요타, 마쓰다 등은 수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자동차 업계도 러시아와의 '선 긋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계속해서 버틸 경우 글로벌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잇따라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현대차만 잔류하며 반사이익을 얻을 경우 국제 시장에서의 '레퓨테이션'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루블화의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러시아 현지에서 완성차를 계속해서 판매해도 수익성만 악화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루블화 환율이 50% 이상 하락하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자동차가 판매돼도 루블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잘 팔려도 문제고, 생산이 멈춰 물량 공급이 안 돼도 문제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러시아로 향하는 항공·해운 길이 막히면서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자 지난 1일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재가동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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