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의 '비명'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영난이 고유가와 맞물려 더욱 악화되면서 항공유 관세 인하 등의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아시아 지역의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26.65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81.7%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월 배럴당 46.57달러와 비교하면 약 171%가량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 매출원가에서 연료비는 30%가량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한 해 연료비가 1조8천억원에 달해 2020년의 1조2474억원과 비교해 44.3%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3분기 누적 연료비는 6353억원으로 2020년 3분기 누적 연료비보다 12.8% 늘었다.
항공업계는 연료비가 오른 만큼 세금 완화 등의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정부에 항공유 관세 인하와 항공업계 석유수입부과금의 한시적 면제를 건의한 바 있다.
관세법에 따르면 민간 항공사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위해 사용하는 항공유 가격의 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국제선 항공유는 세금이 면제된다.
국적 항공사들은 2018년에 국내선 항공유를 5억5620만ℓ, 2019년에는 5억5천만ℓ를 사용해 각각 84억원과 8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석유수입부과금은 현재 ℓ당 16원이 부과되고 있다. 국적항공사는 석유수입부과금으로 2018년 89억원, 2019년 88억원을 각각 납부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항공업계의 관세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관세 인하와 석유수입부과금 면제 등의 업계 지원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정부가 심도 있게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선 운항을 확대한 LCC 입장에서는 국내선 항공유 3% 관세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연결 기준 작년 매출 2730억원, 영업손실 31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27.5%, 5.5% 감소했다.
진에어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9.0% 감소한 2천471억원, 영업손실은 0.3% 증가한 185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작년 영업이익이 1조4644억원, 4565억원을 기록하며 LCC와 대조적인 성적표를 내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현재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배럴당 유가가 1달러 변동하면 약 3천만달러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LCC는 고유가 상황으로 여객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적자가 계속될 수 있다"며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하는 하반기에도 연료비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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