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칼럼] 엔데믹(Endemic)시대, 교통안전정책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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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칼럼] 엔데믹(Endemic)시대, 교통안전정책에 대한 제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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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엔데믹(풍토병)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문제와 어려움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 모두 엄청난 피해로 추정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단언하기 어렵지만, 팬데믹(Pandemic)의 종식 선언과 함께 이제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나 조건 등 환경이 바뀌는 시기에는 보다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람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각종 환경변화 과정에서 대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효율성과 안전성이 양립하는 교통 분야에서도 환경변화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해 왔다. 도로 환경이나 기상 조건의 변화는 도로 이용자가 위험에 처할 확률은 높이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커지게 한다. 일출이나 일몰 시간대, 터널 진·출입 전후 구간, 속도가 변화하는 구간은 교통사고 위험이 크며,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거시적인 교통산업 등의 관점에서도 환경변화와 관련된 이슈 사례가 있다.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이 단적인 예다. 퍼스널 모빌리티(PM)는 교통안전시설 등의 인프라와 법·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산으로 급격히 증가한 물동량은 택배산업, 물류산업에서 교통안전의 중요도와 심각성에 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크든 작든, 좋든 나쁘든 그 어떤 변화도 시스템 차원으로 준비되지 않거나, 대응할 시간없이 진행될 때 많은 사회적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
 다시 엔데믹 얘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 팬데믹 2년여 기간 동안 수많은 사회환경 변화가 있었으며, 교통 분야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먼저 교통수단과 시설 이용이 급감했다. 도로 위 자동차, 대중교통 이용이 줄었다. 버스와 철도, 항공 이용객 감소는 정류장, 철도역사, 공항 교통시설 이용을 감소시켰다. 또한 초·중·고 등교가 중단됐고, 대학의 강의나 축제, 행사도 중단됐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승용차, 대중교통, 통근버스, 택시 이용이 감소했다. 지방의 계절 단위 축제와 행사, 국제행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여행과 관광 이용 감소로 여객 운송산업은 생계유지조차 어려워졌다. 이처럼 규모와 관계없이 거의 모든 교통유발시설 이용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배달 등과 같이 혜택을 누린 일부 분야가 있지만, 대부분의 교통 분야에서는 생계위협에 노출되는 엄청난 변화와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 엔데믹 시대 도래로, 멈춰져 있던 교통 활동이 재개되고 교통 시스템이 재작동될 것이다. 여객과 화물의 운송이 매우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변화의 시기 그리고 적응의 시간이 될 것이다. 교통활동을 비롯한 각종 산업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또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통안전이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교통안전 확보, 준비돼 있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는 절대 달갑지 않다. 의도하지 않은 교통 활동 감소 영향은 우리의 교통안전 확보 노력으로 보기 어렵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는 환경변화의 전환기에 우리는 보다 섬세한 교통안전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로운 접근 방법과 인식을 실천에 옮겨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정책의 기조, 비전과 철학을 새롭게 그리고 정교하게 다듬어 엔데믹 시대의 교통안전 패러다임으로 정립해 나아가야 한다. 또한, 교통안전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앞서 언급한 엔데믹 시대의 사회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즉, 교통안전기본계획은 더욱 중요하다. 이에 따라 계획의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에 요구되는 각종 정책지표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 가치로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나 사고 건수에 집착하기보다 교통사고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절대적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내 가족, 우리 모두가 안전한 환경에서 교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려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통안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시대상이 반영된 정책지표,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목표와 전략, 교통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기존 방식과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반세기에 걸쳐 수립된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과 20여 년간 진행한 지역교통안전기본계획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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