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키워드] 보행권, 당연한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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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키워드] 보행권, 당연한 권리이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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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란 무엇인가? 도로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많은 사람들은 차가 쌩쌩 달리고 있거나, 차량들로 가득 차 있는 도로의 형상을 떠올릴 것이다. 도로를 떠올릴 때 마치 연관 검색어처럼 차량이 자동으로 같이 그려지는 것은 아마도 도로는 차가 다니는 길이고 도로의 주인은 차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도로는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로 정의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도로는 차만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사람도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길이라는 것이다. 도로에 관한 법적 근거가 되는 도로법도 살펴보자. 도로법에서 정의하는 도로는 차도, 보도(步道), 자전거도로, 측도(側道), 터널, 교량, 육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로 구성된 것으로서 도로의 부속물을 포함한다고 한다.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가 도로이다. 즉, 도로란 차량뿐 아니라 사람도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로에서는 차량의 소통뿐 아니라 보행자의 쾌적하고 편리한 통행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동안 도로에서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자. 보행은 모든 통행의 시작과 끝에 있으며 일상생활에 있어 꼭 필요하고 중요한 활동이다. 또한, 어느 공익광고의 메시지처럼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 모두는 보행자가 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보행자는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량 뿐 아니라 주정차 차량보다 배려받지 못해 왔다. 차량의 소통에 무게감이 쏠린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보행정책은 가볍게 인식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쾌적하고 편리한 보행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 측면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여 왔다. 
지난 2012년 보행권을 보장하고 증진시키기 위하여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보행안전법)’이 제정되었으나 도로에서의 통행방법에 대해서는 자동차의 원할한 소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여 여전히 보행자들은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여 왔다. ‘도로교통법’은 이동성이 강한 간선도로뿐 아니라 이면도로에서까지 일률적으로 차량의 소통을 우선하고 있어, 이면도로의 현실적인 상황과 보행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보행자들로 하여금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차마와 마주 보는 방향의 길가장자리 또는 길가장자리구역으로 차량을 피해 통행하도록 규정해왔다. 여기에 길가장자리로의 통행도 중간중간 도로공간을 점유해버린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도로 중앙으로 내몰리게되고, 주행차량으로부터 위협을 받기 일쑤였다. 보행자를 차량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울타리안 좁은 보도위에 가두거나, 육교나 지하도를 설치하는 것은 보행자를 배려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보행자를 도로에서 배제하여 보행자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운전자를 배려하는 것일 뿐이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구 10만 명당 평균 보행 사망자는 1.0명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2.5명 수준으로 보행환경이 그리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교통여건은 비슷하나 보행 사망자가 적은 나라들은 보행권이 법적,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운전자들이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사회 운동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자동차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보호하고 자전거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라는 정책과 법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정책과 법규는 ‘보행자 우선주의’라는 사회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우리보다 1988년 보행자 권리 헌장이 제정되어 실질적인 보행자의 권리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유럽의 보행자 우선구역은 말그대로 진짜 ‘보행자 우선’이다. 차가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하며. 사람이 보차공용의 이면도로 한가운데를 걸어가면 차는 사람 뒤를 따라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녹색교통운동이라는 시민운동에서 처음으로 보행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후 2012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행권’을 명시하긴 하였으나 다소 부족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보행안전법)’이 제정되었고, 이제 진짜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2022년 차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교통패러다임으로 전환으로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아니한 도로에서 보행자 통행이 차량 통행에 우선하도록 지정하는 ‘보행자우선도로’를 도입하여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된 곳에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피하지 않고 도로의 전 부분에서 보행할 수 있으며, 차량에 서행 및 일시 정지 등의 주의 의무와 필요시 20km/h의 속도제한 의무가 부여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의 개정안(2022.01)이 공포되고, 일부 시행됨에 따라 보행자를 배려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도록 운전자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는 차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보행자가 통행 중인 경우 서행하거나 주행을 멈춰 보행자를 우선시해야 하며, 보행자를 무리하게 앞지르거나 위협적인 경적을 울려서도 안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를 무시하고 위반할 경우 범칙금이란 고지서를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교통약자 보호구역의 확대, 교차로 우회전 관련 법령 시행 등 보행자 중심의 교통 패러다임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보행자가 도로 위에서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보행권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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