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운전하다 신호위반 사고 낸 고령자 보험금 환수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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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운전하다 신호위반 사고 낸 고령자 보험금 환수는 부당"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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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중대 과실 아냐...돌발 상황 대처 능력 다소 떨어져"

새벽 운전을 하다 신호위반 사고를 낸 노인에게 '중대 과실'을 적용해 보험금을 환수하는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신호위반 사고를 낸 뒤 치료받다 숨진 노인 A씨의 유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환수 고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5월 새벽 5시 30분께 승용차를 운전하다 빨간 불에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의식을 잃고 입원해 치료받다가 지난해 8월 사망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해당 사고가 A씨의 중대 과실로 발생했으므로 A씨 측에 지급한 보험금 5500여만원을 환수하겠다고 결정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법원은 그러나 당시 상황을 A씨의 중대 과실로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환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가공동체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라며 "보험급여 제한 사유 중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A씨가 77세의 고령에 난청과 초기백내장을 앓았던 만큼 "운전 중의 돌발상황에 대처하거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뒤떨어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사고가 동틀 무렵인 새벽 시간에 발생했고 비가 내려 도로 표면이 젖어있었던 점, A씨의 교차로 진입 직전에 신호가 바뀐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A씨가 과속이나 음주 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신호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하게 주의가 모자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그를 기소 유예 처분한 것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도 A씨의 나이, 건강 상태, 사고가 날 당시의 시각, 날씨, 교통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의 과실 정도가 매우 크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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