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운전기사 '자격요건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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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운전기사 '자격요건 강화' 필요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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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만 있으면 구급차 운전 가능
"의료 지식 없어 힘써서 옮기려고만"

환자를 이송하는 사설구급차 운전기사가 구직 사이트를 통해 쉽게 채용돼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설구급차 운전기사는 법적으로는 1종 보통 면허 이외의 자격이 요구되지 않아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구급차를 운전하는 것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운전기사에게도 기본적인 응급구조와 관련된 지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19구급대 운전기사의 경우 소방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각종 안전교육도 수시로 받는다.
그러나 사설구급차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도로교통법 제76조 제4항이 신설되며 도로교통공단의 긴급자동차 온라인 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이 또한 3시간 정도의 짧은 교육에 그친다.
사설구급차 운전기사에게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업무도 주어진다. 운전기사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올린 한 업체는 필요한 자격이 있냐는 질문에 "일단 환자를 실어야 하니 근력이 좋은 남성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문 의료지식이 없는 운전기사의 이송은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서울의 한 민간이송업체 응급구조사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운전기사들은 환자 엉덩이뼈에 금이 가든 왼쪽 골반이 아프든 상관 안 하고 무조건 힘써서 옮기려고 한다"며 "이송할 때도 침대가 문에 박아서 환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사설구급차 운전기사에게도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응급구조사 커뮤니티 '생명의 별'에서 2020년 업계 관계자 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급차 운전기사의 의학지식 부족이 환자 이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75.3%가 '매우 크다'고 답했다.
'구급차 운전기사의 최소 역량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84.9%가 2급 응급구조사 이상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단순 운전면허만으로 충분하다'는 답변은 15.1%에 불과했다.
설문을 진행한 응급구조사 B씨는 "구급차 기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송 방법, 속도 등을 달리 고려해야 한다"며 "의학지식의 부족은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방해로도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응급구조사가 아닌 운전기사가 단독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 모집공고를 올린 한 업체는 업무 내용에 대한 질문에 "일에 조금 익숙해지면 일반구급차의 경우 혼자 이송하게 된다"고 했다.
응급구조사 자격이 없는 운전기사가 단독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 응급구조사 등의 탑승 의무 위반이다. 그러나 업계 종사자는 관행적인 일이라 말한다.
경상도에 위치한 민간이송업체에서 근무하던 C씨는 "운전면허만 있는 운전기사와 1급 응급구조사 각 1명인데 토요일과 일요일을 번갈아 쉬어서 기사 혼자 특수구급차 이송을 맡는다"고 전했다.
박시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회장은 "응급구조사가 아닌 운전기사 단독 이송 시 급박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어 치명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우에는 1970년까지는 (사설구급차 운전기사에게) 운전면허만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주가 긴급차량 운전자 과정(EVOC) 교육이나 응급구조사(EVT) 자격 및 심폐소생술(CPR)교육 인증을 요구한다"며 운전기사 자격 요건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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