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버스’ 명성 사라지나… 울산공장 문 닫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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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버스’ 명성 사라지나… 울산공장 문 닫는 수순
  • 민영수 기자 min@gyotongn.com
  • 승인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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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어 울산서도...‘부동산 장사’ 먹튀 논란
노조, 울산시에 “제3자 인수 등 가동 도와달라"

한때 국내 버스시장을 주름잡던 ‘대우버스’가 이름만 남기고 국내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이 문닫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이 재가동 1년 만에 또 폐업 절차에 들어가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이하 노조)는 25일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지난 12일 울산공장 정문에 폐업공고문을 붙이고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며 “지난해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논란 후 재가동한 지 1년 만이다”고 밝혔다.
자일대우버스는 지난 7월13일부터 울주군 상북면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날 회사는 정문 등 사내에 폐업 공고문을 붙이는 등 사업장 폐업 절차를 알렸다.
사측은 공고문에서 “지난 수년간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악화했고 회사는 생존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다양한 생존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실효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존속하더라도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회사 폐업을 공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공장 폐쇄 사태를 정리하고 공장을 재가동한 이후 신규 물량을 1대도 투입하지 않고, 미완성으로 방치됐던 차량 225대를 거의 완성하자 올해 1월부터 조합원들 임금을 체불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회사가 울산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베트남공장 가동에 필요한 업무에만 집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울산시가 울산공장 매각에 역할을 해 제3자가 공장을 인수하고 다시 공장을 돌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대우버스 울산공장 사태는 사측이 코로나19 영향과 경영 악화로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 등 해외공장 투자에 집중하는 계획이 2020년 5월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노조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으나, 사측은 2020년 10월 울산공장 노동자 350여 명을 해고했고, 울산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 해고는 지난해 4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한 것으로 판정 났다.
노사는 합의를 거쳐 지난해 6월 말 다시 공장을 재가동했으나, 회사는 1년여 만에 다시 공장 폐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일대우버스가 이대로 폐업하면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근로자 등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나 해법도 사실상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자일대우버스는 영안모자그룹이 2003년 부산 전포동에 있던 대우버스를 인수했다.
이후 ‘부산 향토기업’을 명분으로 부산시와 부산 시내버스업계에게 ‘대우버스’를 구매해 줄 것을 정식 공문으로 요청하는 등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둔 기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가 연구개발 및 생산 설비 투자 없이 요지인 전포동 공장 부지를 아파트 용도로 매각을 진행했고, 불과 1년 뒤인 2004년 12월 울산시와 공장 이전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울산시는 진입도로와 교량 건설, 추가 부지확보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에도 부산 업계에서는 “영안모자는 버스에 지속적인 투자로 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보다 부동산 장사만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었다.
울주군 길천산업단지 안에 세운 공장은 2014년에 준공됐는데 그 사이 땅값은 두 배 가까이 올라 자일대우버스는 사실상 ‘부동산 장사’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영안모자그룹 백승학 회장이 과거 2006년 부산국제모터쇼 행사장에서 한 발언도 주목된다.
당시 자일대우버스의 버스 시장 점유율이 50%를 육박하던 시기에  부산 시내버스 대표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백승학 회장은 “시장점유율 30%정도만 유지하면 만족한다. 더 이상은 필요치 않다”고 말하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울산공장 이전 이후에도 자일대우버스는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는 뒷전이고 중국산 값싼 부품을 버스에 장착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다.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우자일버스는 2006년 4500대를 정점으로 하락세가 계속돼 2019년 1900대, 급기야 2020년에는 697대 판매 하는데 그쳐 울산공장 생산가능물량 6200대의 11%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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