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동 교수의 물류현장 논의] 안전운임제를 대하는 화주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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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교수의 물류현장 논의] 안전운임제를 대하는 화주의 속내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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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물류는 국가의 동맥 역할을 하는, 혈관과 같은 산업이라 말한다. 지난 6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구호 아래 대한민국은 단 8일 동안의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파업을 통해 요구한 화물연대 측 주장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가 주요 골자다. 
안전운임제도란 화주의 최저입찰제 등으로 오랜 세월동안 최저 임금에 허덕여온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속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며,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0년부터 3년 일몰 기간 동안 매년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산정한 안전운임을 지급토록 하고 그에 못미치는 운임을 지급할때는 화주 및 화물운송사업자가 처벌을 받는 제도이다. 
화물연대 측에서는 이 제도 시행을 통해 화물차 운전자들의 과로·과적·과속이 개선돼 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일몰제 폐지를 통해 제도가 영구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적용 품목도 현재 2개 품목에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해 주체의 한 축인 화주의 경우 화물연대 측과 입장이 다르다. 화주 측은 제도 시행기간 동안 급격하게 운임이 인상됐고, 기업들의 국내 생산이 감소했으며,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미흡하다는 등의 내용을 근거로 기존대로 일몰 적용 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제도 운영과 관련해 설문조사에 의한 원가조사방식, 불합리한 원가 항목 등 현 구조상 최소한의 요금이 아닌 실제보다 과도한 운임이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화물자동차 차주 3명, 화물운송회사 3명, 화주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협상구조 또한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제도 시행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화주 측은 표면적으로는 제도 일몰을 주장하면서 안전운임제도가 아닌 차주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논의하자고 표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시되는 안전운임에서 운수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은 삭제한 채 화물자동차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위탁운임만 제시하자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화주 측 속내는 무엇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안전운임은 첫째, 화주가 운수사업자 또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안전위탁운임에 화물운송사업자 원가와 이윤이 합산된 금액)과 둘째, 화물운송사업자가 화물자동차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위탁운임(화물자동차 차주 원가와 소득이 합산된 금액), 셋째, 화물운송사업자가 화물을 재위탁하는 경우 화물자동차 운전자에게 최종 배차하는 화물운송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운송사업자 간 거래운임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현행법상 안전운송운임 및 안전위탁운임을 정해진 운임보다 적게 지급할 경우 처벌받지만, 운수사업자 간 운임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국내 육상화물운송시장의 경우 화주가 화물자동차 운전자와 직접 1:1로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드물며, 화주-화물운송사업자 간 물량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근거로 화물운송사업자-화물자동차 운전자 간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보편적인 거래 형태이다. 즉 화주는 화물운송사업자에게 물량계약 체결 시 안전운송운임을 지급해야 하며, 화물운송사업자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에게 안전운송운임에서 화물운송회사 몫을 제외한 안전위탁운임을 지급하는 것이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른 기본 운임지급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왜 화주 측이 안전위탁운임만을 강제(위반 시 처벌)하고 안전운송운임은 없애자’고 주장하는지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 화물운송사업자와 물량계약 체결 시 차주에게 지급해야 하는 안전위탁운임만을 지급하거나 안전위탁운임에 최소한의 소득만을 더해 지급하고 본인들은 책임 의무에서 빠져나가려는 의도로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본인들이 주장하는 급격한 물류비 상승분을 절감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화물운송시장 거래 주체로서 당연히 보장돼야 할 화물운송사업자의 원가와 이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처사라 볼 수 있으며, 그동안 최저입찰제를 통해 얼마나 운수사업자의 희생을 강요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의 안전운임 구조를 무시하고 화주 측 의도대로 안전운송운임을 없애거나 비강제로 전환할 경우, 화물운송시장은 제도 시행 이전과 같이 저단가 경쟁이 유도돼 산업구조를 피폐화시키는 저가 화물운송의 심각한 부작용을 또다시 겪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화물자동차 운전자와 화물운송사업자에게 전가될 것이 자명하다. 
안전운임제 시행을 통해 수십년 동안의 저운임에서 벗어나 운임 수준이 정상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현 제도 유지 및 개선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국토교통부 장관도 6월 29일 열린 관훈토론회를 통해 운임결정구조의 공정성, 가격 산정기준의 객관성 및 투명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개선할 것임을 언급한 점에 비추어볼 때, 향후 진행될 논의의 장에서는 제도의 시행 여부가 아닌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개선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저운임 고노동으로 인해 낙후된 국내 육상화물운송업계의 운임수준을 끌어올려 보다 안전하고 합리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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