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울 출퇴근길 '지옥버스'…“버스 언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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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서울 출퇴근길 '지옥버스'…“버스 언제 오나”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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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승차 대란에 당국 임시방편으로 대응
전세버스 임시투입은 당장 급한 불 끄기 불과
‘입석 불편’ 호소에 ‘입석 금지’해 승차난 가중
광역버스 증차가 대안...정부 지원 여전히 막혀

심야 택시대란 못지않게 수도권 전 구간에서 버스 타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열악한 처우에 배달업종 등으로 운전기사들이 이탈하고, 유가 인상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자 증가도 한몫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감소한 버스와 택시 운행 인력이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시민의 발'이라는 버스 승차난의 현장과 실태,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배차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업체들이 보통 오후 6∼9시로 설정한 '퇴근 시간대'를 좀 더 앞당겨 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오후 5시부터 줄을 서는데 30분 넘게 땡볕에서 기다리면 진이 빠져요."
경기 수원·과천·안양행 광역버스가 출발하는 서울 사당역 앞 버스 정류장 주변 인도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수백 명의 시민으로 최근 더욱 혼잡해졌다. 
버스로 환승하려고 4호선 지하철역 4번 출구에서 나온 시민들은 200m가량 길게 늘어선 대기 줄 끝을 가리키며 "저기까지가 대기 줄이야?"라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기 줄에 섞여 버스를 기다리던 일부 시민은 손에 든 휴대용 선풍기(손풍기)와 부채, 손수건으로 열을 식히거나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휴대전화로 영화나 TV, 유튜브 콘텐츠 등을 보다가 땀이 차 답답한지 마스크를 들썩이면서 땀을 식히기도 했다.
서울 성수동 회사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뒤 이곳에서 수원행 7780번 버스로 환승해 귀가하려던 직장인 박모(41) 씨는 "오후 5시부터 대기 줄이 이렇게 긴데 버스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시간대를 좀 더 당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배차 간격은 정해져 있는데 버스가 한 번에 2대씩 몰려왔다가 한참 동안 안 오는 상황이 반복되니 30분 이상 기다릴 때도 많다"고 했다.
수원행 7770번 버스를 기다리던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지하철을 타고 와서 버스로 갈아타는데, (환승 시한 30분이 초과하는 바람에) 카드단말기에서 '환승입니다'가 아니고 '승차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온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서울 광역버스 거점 정류장인 이곳의 퇴근길 혼잡은 연일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류장 인근 편의점의 한 직원은 "밤 10시 반에도 줄을 선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나가는 출근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날 오전 6시 28분 용인시 수지구 지역난방공사 버스정류장에서는 50대 여성이 남편 차에서 허겁지겁 내렸다. '6시 30분 출발' 6900번 잠실행 버스를 타려고 매일 이 시간에 정류장에 나온다는 그는 "잠실역까지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대치동 직장까지 가는데 버스를 놓쳐 애를 먹은 적이 종종 있다"며 "꾸물거리다가는 낭패를 본다"고 했다.
오전 7시 25분 무렵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 한신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모습도 비슷했다.
군포행 광역버스를 타려고 20분 남짓 기다리던 김모(32) 씨는 "직장까지 출근은 40분, 퇴근은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해 아침엔 더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고양시 백석동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박모(48) 씨는 "만석이 된 버스를 몇 대나 보낸 뒤 도착한 버스에 간신히 올라타 50분 동안 서서 출근한다"며 "요즘처럼 비가 오고 습도가 높으면 차량 내 에어컨을 켜도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라고 말했다.
양주시 옥정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8) 씨는 "프리미엄 버스를 타고 통근하는데 아침 2번, 저녁 2번밖에 없어 증차가 절실하다"며 "입석 제한까지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너무 많다"고 했다.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대 승차 불편뿐만 아니라 탑승 후 겪는 불편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린 한 회원은 "광역버스 타고 서울-경기를 출퇴근하는데 편도 1시간 걸린다"며 "옆자리에 앉는 분과 살 닿을 일이 없도록 좌석 간 칸막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체격이 큰 사람이 옆에 앉으면 불편하다거나 에어컨 나오는 방향을 마음대로 조정하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출퇴근 시간대 불거지는 승차 불편은 열악한 처우, 배달플랫폼 이탈 등에 따른 인력난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감소한 버스 기사 수가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지적된다.
이같은 불편 해소방안의 하나로 '증차' 요구가 적지 않지만,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 총량제를 운용하는 서울시가 참여하는 국토부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버스 업계 등과 협의가 선행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출퇴근 시간 외 승객 감소로 인한 적자 운행이 예상돼 버스업계 자력으로 증차를 결정할 사항이 아닌 것이 문제다.
경기도는 출퇴근 시간대 승차난을 덜고자 광역버스 혼잡노선에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는 전세버스 200대를 투입하고 있다.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는 응급처방 수준이지만 추가로 140대의 전세버스를 더 투입하고 중간 배차를 확대하는 방안도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와 협의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경기지역 광역버스 기사의 경우 서울지역보다 50만∼70만원 적다"며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버스 기사들이 배달업계로 이탈하거나 처우가 더 나은 서울·인천으로 빠져나가 경기지역 시내버스 기사는 코로나19 전보다 20%나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황은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측면이 강하다. 코로나19 발발 직후 썰물 같이 빠져나간 버스 이용객은 불과 서너 달 전까지 회복되지 않아 업계는 천문학적 매출 감소를 겪으면서 버텼다. 그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버스 감축 운행, 운행 시간 단축 등이 불가피했고, 연이어 운수종사자 등의 이탈이 이뤄지면서 운행 전반이 쪼그라들었다. 버티기만 해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였기에 일부 감축 운행은 차라리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현재 경기지역 전체 버스 승객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90% 가까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정상 가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것도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승객 숫자는 거의 정상화된 상태이므로 줄어든 감축된 버스 운행이 100% 정상화된다 해도 수요를 따르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업계는 광역버스 운행 구간에 대한 전세버스 투입이 ‘당장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광역버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나 지체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나 관련 규정 마련과 함께 재정 당국의 동의 등이 여전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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