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캠페인] 졸음과 운전자 건강관리
상태바
[개인택시캠페인] 졸음과 운전자 건강관리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3.0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업용자동차 운전자 가운데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직종으로 개인택시가 꼽힌다.

특정 운수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연령대가 높다면 긍정적인 현상으로 경험이 많아 다양한 상황에 잘 대처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으나 부정적인 현상은 신체 기능 저하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다.

고연령대의 운전에서 신체 기능 저하에 따른 사고 위험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시각 능력 저하는 외부 환경을 제대로 식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청각 능력 저하 역시 마찬가지로 외부 환경 변화에 더디게 반응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전반적 체력 저하는 이 모든 것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자주 피로를 호소하며 휴식을 원하게 되거나 졸음이 찾아오게 된다. 문제는 운전 중 졸음의 위험성이 가장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식사 후 거의 매번 졸음이 찾아와 운전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있다는 개인택시 운전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운전자가 이를 그저 식사 후 졸리는 현상으로만 이해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하나 적지 않은 사례에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근무 중 졸음에 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수면과 관련해 운전자의 건강 관리 요령 등을 알아본다.

 

이유없는 ‘운전 중 졸음’은 없다

 

식후 졸림이 지속 반복되면 초기 당뇨병 의심을

수면량·시간, 졸음운전과 밀접한 관계...관리토록

비일상적 활동 자제하고 운전시간 늘리지 말아야

 

개인택시 운전자 조동천 씨(가명·68)는 언제부터인가 식사 후 예외없이 졸음이 찾아와 아예 30분 가량 수면을 취하는데, 수면 이후에도 완전히 졸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중식 뿐 아니라 매 식사 후에 거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조 씨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잠깐의 수면 이후 찬물을 마시거나 간단한 스트레칭, 흡연 등을 습관화했는데 식후 졸음 자체를 완벽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조 씨의 야간 수면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었다. 운전 중 식사 후 졸음이 자주 찾아왔을 때 야간 수면시간이 불충분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여기고 평소 5시간 30분 정도의 수면시간을 한 시간 가량 늘렸음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던 그가 지인의 권유로 당뇨 검사를 받고 나서야 식후 졸음의 원인이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깜짝 놀랐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혈당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사로부터 “연령이 높아지면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비로소 관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식후 졸음을 유발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의학계에서는 유독 식사 후 과도한 졸음이 몰려온다면 혈당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식사 후 잠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소화 과정에서 혈액이 위장으로 몰려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고 나서도 참을 수 없는 식곤증이 느껴진다면 혈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탄수화물 흡수가 빠른 죽이나 과일주스 같은 단당류가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쏟아지는 식곤증을 주의해야 한다.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이러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 평소보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를 낮추려고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 다시 혈당이 뚝 떨어지면서 극심한 졸음과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당뇨병의 전조 증상이다.

식사 후 졸음이 밀려오는 게 단순 혈류량의 문제인지, 당뇨병의 전조 증상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당뇨병으로 진행되면 대표적으로 ‘삼다(三多)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소변량이 증가하는 ‘다뇨’ ▲갈증이 심해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 ▲식욕이 늘어 음식을 많이 먹는 ‘다식’이 있다. 만약 식곤증 외에도 이와 같은 ‘삼다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미 당뇨병이 진행됐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른 시일 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편 식후 졸음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기면증이란 게 있다.

기면증이 있을 경우 전날 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과도한 졸음이 쏟아질 수 있다. 단순히 꾸벅꾸벅 조는 정도가 아니라 특정 행동을 하면서도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것이 특징이다. 걷거나 말을 할 때, 심지어 운전할 때도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로 잠드는 일이 허다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의식을 잃듯이 졸음이 오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다.

갑작스럽게 잠들면 10~20분 후에 다시 깨어나고, 2~3시간 간격으로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기면증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세포나 장기 등을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이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운전자 스스로의 판단은 미루고 전문의와 상의해 대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아닌데도 식후 졸음이 유난히 자주 찾아오는 운전자라면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 수면에 드는 시간의 잦은 변동, 수면량 부족, 수면에 들기 전 비일상적 활동, 과도한 음주 등이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해 낮시간 졸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개인택시 운전자인 김일병 씨(71)는 한동안 식사 후 졸림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다. 퇴근 후 자녀가 설치해둔 영화 전용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약 2시간 가량 영화를 시청했는데 이것이 근무 중 졸음을 유발하는 요인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돼 영화 감상은 다음날 운행이 없을 때만 했다. 그랬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운전 중 졸음이 사라졌다.

고령 운전자에게 일상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돌아가는 신병 훈련소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런 일상에서 특정 행위가 추가된다면 대부분 그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개인택시 운전자 박수일 씨(64)는 밤 늦게까지 바둑을 두다 다음날 근무 시간에 졸음을 참으며 운전을 해야 했던 기억이 많다. 이처럼 고연령의 개인택시 운전자가 어쩌다 무리하게 개인 취미활동을 했다가 다음 날 피로와 졸음을 호소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따라서 취미활동도 규칙적이며 계획성 있게 지속하는 것이 다음날 안전운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고연령의 개인택시 운전자가 운전 중 졸음이 찾아오는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근본적인 대처요령이라고 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수면시간과 식사 시간, 수면량과 식사량도 일정하게 유지, 반복되도록 한다.

업무 시작과 마무리 시간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자신만의 일상 사이클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도록 노력한다.

취미생활이나 음주 등 신체에 무리가 올 수 있는 활동은 자제하되 불가피할 경우 미리 시간과 분량 등을 정해두고 그것을 지키도록 한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아침 식사 전 30분 정도 근력운동과 가벼운 조깅을 계속 하면 건강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

영업 운행 시간을 계속 유지하려 애쓰는 것보다, 3년 단위로 하루 30분 정도 근무시간을 줄여나가는 등 체계적으로 운행시간을 관리한다.

운행 시 무리한 주행은 피하고 2시간 단위로 잠깐 휴식시간을 만들어 하차해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근력을 유지하고 관절 건강에도 도움이 되며 피로 누적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꼭 실천해 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영위하도록 노력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조급심이나 분노는 스트레스를 유발해 결국 건강을 잃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 기억할 만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