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Key워드] 자동차 2500만대 시대에 걸맞는 주차 환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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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교수의 교통안전 Key워드] 자동차 2500만대 시대에 걸맞는 주차 환경이 필요하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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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22년 3월 자동차등록대수가 2500만대를 돌파했다. 대한민국 국민 2.06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등록대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88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200만대를 돌파했고, 9년 만인 1997년에는 그 5배인 1000만대를 넘어섰다. 또 2014년에는 자동차 2000만대 시대를 맞이했다.

자동차등록대수는 자동차 소유인식과도 관련돼 있고, 인구의 감소, 가구의 분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로 볼 때 2030년 전후로 자동차 3000만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 고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여러 가지 생각해야할 것이 있지만, 여기서는 자동차 2500만대 시대를 맞이해 주차산업과 주차문화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요즘 주차장을 가보면, 출입구에서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주차요금도 모바일로 결제가 가능하다. 주차장의 첨단화,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편리해졌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지만, 2019년에만 해도 이러한 주차장은 흔하지 않았다. 플랫폼 산업의 발달에 힘입은 주차산업의 혁신이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문화확산 영향으로 가속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주차장의 변화는 대규모 교통유발시설뿐만 아니라 소규모 상업시설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주차시스템 도입이 미진했던 공동주택(아파트)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주차장을 이용할 때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주차장이 위치한 지역이나 시간대마다 다르긴 하지만, 도심에 위치한 주차장은 대부분 주차장 이용 시 수차례 배회하기 일쑤이다.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 아닌 이상 대다수의 건물은 주차면이 협소해 승하차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신축의 경우 주차면 설계기준 개선으로 주차면이 커짐). 때론 주차장 내에서 크고 작은 차량충돌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고, 기둥이나 건물 벽뿐만 아니라 보행자와의 마찰도 빈번하다. 주차 불편이나 주차면 소유와 관련된 주차 민원은 다수 발생하고 있고, 불법주차로 인한 주민 간 사소한 다툼이나 분쟁, 소방차 진입문제는 이미 사회문제가 돼버렸다. 주차문제가 도시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돼버렸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서 하나의 아이템으로 스마트주차가 빠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2010년부터는 자동차 2000만대 시대를 거치면서 주차문제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됐고, 교통수요관리정책 중심으로 해법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주차문제가 크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진행 중이라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주차활동이 교통활동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고, 주차문제가 도시의 공간구조 그리고 사회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복잡한 이슈이기에 그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교통문제 중 하나인 주차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필자부터 반성해보고, 교통전문가들에게 반문해보고 싶다. 자료(서울디지털재단, 2020)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로에서 어린이 시야방해물 중에서 주정차 차량이 45.8%로 전체 시야 방해물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주차차량 영향으로 교통안전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주로 공영주차장 건설이나 불법주정차 단속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불법주정차 단속 없이 주차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단속만으로 주차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단속 중심의 정책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민간이 그동안 자발적으로 주차산업에 투자하고 변화를 시도해온 만큼 공공 부문에서도 주차정책이나 제도의 혁신 노력을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차장 설치기준(시설물별 시설면적당 설치 주차면)은 법이라는 최소한의 기준, 일종의 규제 프레임에 갇혀버려 주차장 이용자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건물주가 최소한의 기준 이상으로 주차면을 더 만들어 주차장에 투자하도록 설득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주차장 건설비용 등을 통해 산정한 주차면 1면의 가치는 1억이라는 보도를 떠올려보면, 주차장 계획이나 건설, 운영의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차와 관련된 정책적 지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주차장확보율이나 주차수급률 정도일 것이다. 이마저도 빅데이터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지표로 활용성이 매우 낮다. 평가할만한 자료나 지표가 부족하니,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거니와 해법을 도출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자동차 2500만대 시대에 걸맞는 주차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주차문제를 결코 주차라는 한정된 범주 내에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보행이나 자전거로 수단을 전환한다면 주차활동은 감소한다. 주차활동이 감소하면 주차환경은 안전하고 쾌적해진다. 주차장 이용과 관련된 지표로 알려진 주차효율이나 주차회전율 지표는 공간분석 데이터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또 다른 정책지표나 의사결정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체 교통수요관리와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그리고 주차요금 정책과도 연계해 문제해결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교통안전에 관한 홍보, 캠페인의 사례처럼 주차환경 개선 캠페인도 필요하다.

주차산업이 교통산업의 한 축으로써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주차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주차산업 혁신전략, 주차문화 조성전략이 요구된다. 도래하는 자동차 3000만대 시대에는 주차문화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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