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근로환경과 저임금, 교통사고 위험 등으로 택시운전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지역마다 운행을 중단하고 차고에서 낮잠을 자는 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영업에 나선 택시들도 빈차로 도로를 배회하며 승객찾기에 급급해 하는 등 사상 초유의 택시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택시운전 경력 14년차인 김수장씨(K운수·51)는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어요. 지난 달엔 월급 72만원에 입금 맞추고 남겨서 집에 들고 간돈을 합하니 109만원이더군요. 아이 둘이 곧 개학인데 앞이 캄캄합니다”라고 말했다.
유준근씨(개인택시 사업자·59)는 “승객을 찾아다니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름값이 하도 올라 빈 차로 다닐 수도 없고…. 저는 식대를 줄이려 아예 도시락을 들고 나와요.”라며 손을 내 저었다.
서울택시업계는 장기불황에 유가 인상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며 종사원들 몰래 업체 매각을 추진하는 4∼5곳 있을 정도다. 이들 업체는 회사를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채무 관계로 내놓고 폐업 이나 매각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은밀히 양수자를 물색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불황의 여파로 인한 승객감소와 유가 인상 부분. 그나마 버텨주던 운전자들도 하나둘씩 이직 또는 전직을 해 나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운전자 구하기에도 지쳐 있다.
운전자들 역시 “택시운전은 못할 짓”이라며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더 이상 택시산업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사업자나 운전자 가릴 것 없이 파산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호소했다.
택시노련이 올 투쟁 목표로 ‘택시운전자에 최저임금제 적용’을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반면 택시업계는 ▲면세 LPG 공급 ▲운임 부가세 완전 면제 등 세제 지원과 함께 ▲택시차령 연장 ▲요금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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