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물업의 존재 가치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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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물업의 존재 가치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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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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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래 개인소형화물운송연합회 전무이사

우리나라의 직업에 서열 순서를 매긴다면 화물운송업은 몇 등쯤 될까.

순서를 매기는 요인은 수십가지도 넘겠지만, 임금과 사회적 지명도 등을 고려하면 아마도 의사, 판검사 등 소위 ○○사 그룹이 상위일 것이고, 그렇다면 화물운송업은 어느 수준일까.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직업의 종류는 1만6천여 개로, 화물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는 45만명 운전자의 직업 순위는 거의 최하위 그룹에 포함된다고 한다.

잠시 과거를 돌아본다면, 60살 이상 연령층의 어린 시절 화물자동차는 귀한 존재였다. 운전기사가 보조원을 데리고 일하며,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화물차 한 대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가르치고 열심히 노력한 분들은 몇 채의 집을 보유할 수 있었을 정도로 당당한 직업이었다.

그랬던 화물운송업이 당시보다 물동량이 수십 배 늘어난 지금, 특히 1.5톤 이하의 용달화물차 운전자는 월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직업인으로 전락해 있다.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송부문은 여객과 화물로 나뉘는데, 여객부문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화물운송업은 국민 생활필수품과 국가 물류수송이라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는데도 나락으로 밀려나 있다.

출근시간대 설악산으로 가는 관광버스는 전용차로를 쌩쌩 달리는데, 해남에서 배추를 싣고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트럭은 한밤 중이 아니면 도로에서 자가용 승용차 등과 엉켜 굼벵이 신세다. 최소한 화물차 전용도로라도 건설해 놔야 하지 않았겠는가.

화물운송업에 여객운송업이 수시로 침범한다. 당초 고속버스의 소화물 수송은 고속버스 승객이 내 짐을 싣는 수준이었으나 여기에 전문 택배사가 끼어들어 화물 전용 적재함을 만들어 승객과 함께 실어 나르고 있고, 시골의 대형택시는 승객과 함께 짐의 크기나 중량 등을 따지지 않고 운행하고 있다. 또 현재는 자동차대여업체(렌터카)가 자가용화물차를 렌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화물운송업은 난장판에 직면했다.

화물운송시장은 분명 거대한 시장이고 종사자는 꼭 필요한 직업군이다. 또한 화물운송업은 국가 물류산업 차원에서도 여객보다 하위가 아니라 상위의 존재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젊고 유능한 젊은 인재가 화물운송산업에 들어오고 국민의 생활물류기반에 안정성이 보장될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결국 값싼 외국 노동인력으로 그 자리는 채워질 것이다.

차안에서 쪽잠을 자고, 야심한 밤에도 택배를 배달해야 하고, 기름값 절약을 위해 야밤에 달려야 하는 약자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 것인가.

화물운송업이 대접받는 직업으로 되살아 나려면 누군가 나서야 한다. 단체와 사람은 있는데 역할이 실종돼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을 정도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어도 그저 바라만 보고있는 화물운송업계의 현실이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다.

화물운전자의 삶의 질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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