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는 확대일로…시외버스 운행은 '축소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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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는 확대일로…시외버스 운행은 '축소일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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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확장·코로나 사태에 노선축소·터미널 폐업 속출
업체들, 재정지원 호소…"지역 간 교통 편의도 생각해야"
행선지 안내 푯말도 없는 성남 임시버스터미널.

"임시터미널이 버스정류장과 같은 구조인데, 행선지 안내 푯말이 없어요. 혹시 차를 놓칠까 봐 계속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난 2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터미널에서 만난 70대 부부는 임시터미널 승차장 운영에 대한 불만을 연신 털어놨다.

지난해 말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운영업체가 적자를 이유로 폐업한 뒤 임시터미널이 마련됐지만, 이용객 불편이 수개월째 가시지 않고 있다.

임시터미널은 발권기 6대와 간이의자 24대가 놓인 매표소, 도로변 승차장 등으로 이뤄졌다.

천안에 사는 자녀들을 보기 위해 이곳 터미널을 종종 찾는다는 80대 노인은 "매표소는 비좁고, 도로변 승차장은 비가림 지붕이 없어 날씨에 따라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2004년 문을 연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수서발 고속열차(SRT) 개통에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며 2019년 하루 평균 6700명이던 승객수가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700∼3천여 명으로 줄었다.

운행 노선도 쪼그라들어 2021년 말 26개 업체가 운영하던 54개 고속·시외버스 노선이 현재 20개 업체, 33개 노선으로 급감했다.

성남시는 재정 부담을 우려해 시 직영은 엄두를 못 낸 채 터미널 정상화에 노력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폐업이 임박한 화정버스터미널.

 

◇노선도 '축소 또 축소' : 성남종합버스터미널처럼 최근 몇 년 새 전국 시외버스터미널의 폐업이 속출하고, 시외버스 노선이 축소되면서 지방 교통의 근간인 시외버스망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의 시외버스터미널은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을 포함해 22곳이 폐업해 330곳에서 308곳으로 줄었다.

경북 청송군 주왕산시외버스터미널은 2019년 12월 사업자가 폐업해 지금은 청송군이 외주로 창구 없이 키오스크만을 운영 중이다.

경북 울진군 매화·기성 시외버스터미널도 사업자가 운영을 중단했다. 군은 승차권을 미리 사지 않고도 교통카드 또는 현금 결제로 시외버스에 승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울산시 서부권에서 부산, 창원, 양산, 김해, 경북 경산 등 인근 지역을 오갈 때 이용하는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현재 임시터미널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언양버스터미널은 승객들이 많이 찾는 언양 알프스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운영됐는데, 이 터미널을 운영한 민간업체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2017년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교통 공백을 우려한 울산시가 언양 알프스시장과 400m가량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임시 터미널을 설치했고, 운영은 울산시설공단에 맡겼다.

하지만 임시터미널은 접근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화장실이 터미널 건물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는 등 시설이 열악하고 불편하다.

 

◇ "적자 누적에 못 버텨" :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업체들은 지역 간 교통 인프라의 근간인 시외버스망의 공공성을 감안해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버스·지하철 등과 달리 지자체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시외버스나 터미널 대부분 자력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호소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외버스터미널의 매표 수익은 2017년 대비 8.4% 감소했다.

특히 주요 터미널 50곳의 손익 분석 결과 2020년은 전년 대비 18%, 2021년은 22% 영업손실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업체들은 청소년 요금할인 등으로 발생하는 매표수입 감소분에 대한 재정지원, 재산세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지원만으로는 사업 운영이 불투명한 터미널에 대해서는 공영화 또는 준공영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터미널 주기능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입원 다변화를 위해 편익업종(스크린골프연습장·집배송시설·동물병원·일반숙박시설 등)의 일부 허용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협회 관계자는 "1960년대 옛 자동차정류장법에 규정됐던 대합실, 매표소, 승하차장의 최소 면적이 아직도 유효해 많은 터미널이 시설을 놀리고 있다"며 "공시지가가 올라 세금은 많이 내고 이용객은 줄어 고사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자체 관계자들도 이들의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KTX 교통망이 확장일로를 걸으면서 서울-지방 간 교통 인프라는 갈수록 좋아지지만,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 인프라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교통국 관계자는 "지역 간 교통망은 지금 붕괴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지방 교통망의 근간인 시외버스터미널에 대한 각종 규제 개선 등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에 사는 김모(52) 씨는 "서울과 지방을 잇는 교통망만 좋아진다면 갈수록 '서울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며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망이 확충돼야 전국이 골고루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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