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 또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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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 또 미뤄졌다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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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법안소위 의결 보류…개정안 발의 1년 2개월째
“승객 중심·불공정 배차 근절 관점에서 추진해야” 지적

플랫폼 택시의 목적지 미표시를 의무화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와 지자체, 택시와 플랫폼업계의 의견이 각각 엇갈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승객 골라태우기 행태를 근절시키기 위해 목적지 미표시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3차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서울강서을)이 대표발의한 여객법 개정안 의결이 보류됐다.

개정안의 요지는 ‘승객이 타기 전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택시 기사에게 도착지를 사전에 고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초 이 개정안은 지난 11일 교통법안 소위심사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재논의하기로 했다.

목적지 미표시 입법 추진 움직임에 벤처·스타트업 관련 협회 및 단체들이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목적지 표시 금지가 제2의 타다 금지법을 만들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여기에 택시 단체들과 지자체 및 정부의 의견도 엇갈렸다.

개인택시연합회와 택시노동조합연맹, 민주택시노동조합은 목적지 미표시에 찬성했다.

서울시도 불공정 배차 해소를 위해 목적지 미표시 도입을 건의해 왔다.

반면 (법인)택시연합회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배회영업으로의 회귀 및 승차거부 행위가 우려될 뿐 아니라, 강제배차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이상 승객의 편의성 효과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거리 운행에 대한 호출을 수락한 택시운전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나 유료 서비스에 한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제출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도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지금 정하지 말고 여론을 수렴해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며 보류 의견을 냈다.

국토교통부도 유료 호출에 한해 목적지 미표시를 도입하는 방안을 지난해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 때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정부와 업계가 각기 주장이 확연하게 엇갈리면서 목적지 미표시 도입은 또다시 미뤄졌다.

이를 두고 택시 양대 노조는 비판적이다.

플랫폼택시에 ‘목적지 미표시’를 도입하는 취지가 불공정 배차와 승객 골라태우기를 방지하는 게 목적인데, 논점이 ‘업계 수익’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김성한 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린 이유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택시에 유리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라며 “목적지 표시 기능이 승차거부와 골라태우기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승차거부를 조장하는 구조에서는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플랫폼 업체 대신 기사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승객이 중심이 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콜 수락률을 기록하는 택시가 이득을 보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택노련도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있으나, 산하 시도지역본부 의견 역시 ‘목적지 미표시’는 시민 편의의 관점에서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며 “시대 흐름을 역행해 현재에 머물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전택노련은 “택시 산업의 쇠퇴를 막는 방법은 결국 이용 수요를 늘리는 것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철저히 시민 편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호출료는 유료화하고, 보다 높은 교통수단으로 정착하려면 운수종사자와 시민이 함께 노력해야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택노련은 목적지 미표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출 후 노쇼 방지 제약 및 보상 제공 ▲길어지는 대기시간에 대해 승객이 대가 지불 ▲탄력운임 최고구간에서 유료 호출을 통한 강제 콜 도입 ▲강제 콜 수익 전부를 운수종사자에게 제공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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