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서민의 발'…적자 허덕이는 지방의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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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서민의 발'…적자 허덕이는 지방의 시내버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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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못버틴 목포 시내버스 “운행 포기”
원주서는 연료비 못내 1주일 운행 중단
승객 줄고 비용 늘어나 재정 부담 가중
“운영 효율화, 대중교통 이용률 높여야”
차고지에 서 있는 목포 시내버스.

"자가용도 없이 버스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은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죠."

새해 벽두인 지난 1월 4일 전남 목포시 상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시민의 볼멘 목소리다. 목포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 시작된 시내버스 운행 중단이 해를 넘겨 무려 65일이나 이어졌다.

엉망이 된 출퇴근, 등하굣길에 시민들은 택시나 비상수송 전세버스를 마냥 기다리느라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하철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시내버스는 대중교통의 근간을 이루는 '서민의 발'이다.

그러나 '승객 감소→적자 누적→서비스 질 저하로 다시 승객 감소'의 악순환에 결국 연료비도 내지 못해 운행 중단을 선언하는 업체가 나올 만큼 '서민의 발'은 비틀거리고 있다.

 

춘천 시내버스 준공영제 발표.

◇“7월 1일부터 사업 포기” :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목포 시내버스 회사인 태원여객·유진운수는 오는 6월 말까지만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7월 1일부터는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버스를 운행할수록 늘어나는 적자에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목포 시내버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노조 파업과 연료비 23억원 미납 등으로 운행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강원 원주에서도 지난해 9월 1주일간 시내버스 일부 노선이 끊겼다.

원주 시내버스 120대 가운데 41대를 담당하는 대도여객이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운행을 중단했다.

전남 나주 버스회사인 나주교통도 올해 1월 CNG 비용 체납으로 위기설이 돌았으나, 다행히 운행 중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주교통 측은 당시 "차고지, 충전소 부지, 대표이사 개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법인 적금을 해약하면서까지 연료비를 충당해왔다"며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다소 회복은 됐지만, 폭등한 연료비 등을 충당하기에는 여전히 승객이 부족해 적자만 쌓이고 있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지난달 19일 하루 동안 멈춰 선 경남 창원 시내버스처럼 노사 갈등으로 인한 운행 중단까지 더해져 시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내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경험한 원주시가 시민 15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원주에 살기 불편한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자(56.7%)가 '시내버스 불편'을 꼽았다.

 

◇비용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 : 시내버스는 과거 요금 수입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승객이 충분했으나, 승용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연료비나 인건비 등 비용은 늘어나고, 승객은 줄어드니 수입과 지출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졌다. 그렇다고 노인, 청소년, 서민 등 버스 수요층에게 부담을 떠넘겨 요금을 수시로 올릴 수도 없다.

적자를 줄여보겠다고 배차 간격이나 운행 대수, 버스 노선을 줄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시내버스는 차츰 공공 영역으로 흡수됐고, 지자체들은 '준공영제' 등으로 업체들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광역단체 등이 운송 원가와 요금 수입을 비교해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의 준공영제 재정지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천의 경우 2010년 430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지난해 2650억원으로 급증했다.

제주는 2018년 965억원에서 지난해 1204억원, 충북은 2021년 510억원에서 지난해 680억원, 광주는 2018년 630억원에서 지난해 1393억원으로 불어났다.

적잖은 부담에도 시내버스 기능을 유지하려면 준공영제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자체들은 입을 모은다.

강원 춘천시는 상반기에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남 신안이나 강원 정선처럼 '완전 공영제'를 검토하거나 준공영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밑 빠진 독' 조금이라도 메워야 : 전문가들은 10년 전, 20년 전부터 버스 개혁을 논의했어야 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광주시 대중교통과장은 "지원금이 허투루 지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노선을 구상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무엇보다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인다면 경영 개선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로 등 교통 여건을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서라도 대중교통으로서 시내버스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지원에 그치지 말고, 공공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리 공공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이제 지자체가 노선을 쥐고 노선 입찰제 등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라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어느 곳까지 시내버스를 운행할지, 그 노선에 보조금을 얼마나 줄지, 요금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등을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긴밀히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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