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규칙에 엄격한 중학교 교사 김선희씨(42·가명)는 최근 택시를 탔다가 운전자와 가벼운 언쟁을 벌였다.
비오는 초저녁 막 어둠이 깔리는 서울 마포 공덕동의 한 도로에서 앱을 통해 호출한 개인택시가 출발 직후 반대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유턴을 하기 위해 중앙선 가까이로 이동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전방의 신호등이 직진해야 하는 푸른 신호였을 때 택시는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감행한 것이었다.
유턴을 하자마자 곧바로 맞은 편에서 오던 다른 차량들이 김씨가 타고 있는 택시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바람에 김씨는 오싹함을 느끼고 운전자에게 말했다.
“큰일 날 뻔 했잖아요. 그렇게 하는 게 어딨어요.”
그러자 운전자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저기 기다렸다 언제 갑니까? 그만한 일 갖고 왜 그래요.”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개인택시 운전자는 자신의 경험으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 오히려 김씨에게 지나친 참견이라고 대답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런 식으로 몇 마디 더 이어졌으나, 운전자는 조금도 자신의 운전에 대해 미안함을 표하지 않아 김씨는 속이 상했지만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말을 잇지 않았다.
교통참사 위험 무릅쓰는 무모한 행위
‘눈치껏’이 불안감 불러 택시 불신으로
‘영업 운행에의 욕심’이 오판 부르기도
‘교통 신호·차선 준수’가 안전운전 보장
상기 사례는 실제 택시 운전자와 승객 사이에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일반인이 느끼는 위험과 운전자가 느끼는 위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교통법규를 기준으로 할 때는 동일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주로 승객 쪽이다.
만약 운전을 잘하면서 성격이 괄괄한 남자 승객이었다면, 또 그가 교통법규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법규위반에 대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필시 운전자와 다툼이 벌어진다. 택시 운전자와 승객간 다툼은 다른 이유로 더러 발생하지만, 그 중에는 운전자의 운전방식이 이유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툼은 심지어 멱살잡이까지 가는 일도 있어 또다른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상기 사례에서 문제의 근원은 운전자의 불법유턴이다. 유턴은 마주 오는 자동차의 진행, 좌회전 또는 우회전하는 다른 자동차들과의 트러블이 없는 상황에 한해서 교통신호에 따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렇지 않고 운전자 임의로, 그저 주관적 판단에 따라 눈치껏 유턴을 시도하다가는 어느 방향에서 오는 자동차와 트러블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유턴이라는 용어는 영문의 ‘U’와 ‘돈다’라는 의미의 turn의 합성어로, U자 모양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동차의 진행 가운데 잘못하면 가장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는 운행이 유턴이다.
보통의 경우, 직진 차량이 교차로 등에서 좌회전을 위해 해당 차로에서 대기하다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시도할 때 유턴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는 ‘보행금지’로 돼 있어 자동차와 보행자 모두 안전이 보장된다.
그러나 교차로를 건너는 직진 차량이 없고, 우측 도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도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의 유턴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임의로 유턴을 시도하는 자동차가 적지 않다. 다행히 해당 지점을 벗어날 수도 있으나 이는 엄연히 불법유턴이다.
시민들에게 도로에서 운행 중인 많은 자동차들 가운데 어떤 자동차가 가장 불법유턴을 많이 하는지를 물으면 단언하기 어렵지만 ‘택시’라는 대답이 1위로 꼽힐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뻔하다. 실제 상황에서 그런 사례들을 시민들은 자주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택시의 불법유턴이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 더많은 승객을 태워야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경제적 압박감 ▲지역 내 운행이 원칙인 까닭에 지역 내 도로 사정이나 보행자 밀도, 신호 체계를 잘 알고 있는 데 따른 자의적 선택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심지어 교차로의 적색신호에서 대기하다, 그것도 인도 쪽 가장자리 차로에서 상황을 살피다가 좌측 차로의 다른 차들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앞쪽으로 크게 돌아 유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험 많은 운전자는 그런 시도가 가능하다고 여기며, 그렇게 하더라도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택시 교통사고에서 불법유턴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불법유턴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택시 교통안전의 과제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택시의 불법유턴 유형을 보면, 좌회전 차로에서 유턴을 위해 대기하다 직진이나 좌우측 차로에서의 진입 차가 없을 때 임의로 유턴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다른 유형은 직진차로에서 이뤄지는 경우다. 직진을 하고자 1차로로 운행하다 진행 방향의 차로가 밀리고 막혀 꼼짝을 못하게 되면 운전자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시도한다. 물론 이 때도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이 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시도다.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제한된 가시권에 의존해 상황을 판단하지만 실제 도로 상황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교차로에 연접한 골목길에서 자동차가 불쑥 튀어나와 불법유턴을 하는 택시와 부딪칠 가능성, 앞차에 막혀 미처 보지 못한 맞은편 차로의 자동차 진행, 체증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운행하는 이륜차 등이 불법유턴하는 택시와 언제든 부딪칠 수 있다. 또 그렇게 발생한 사고에서 치명적인 피해가 초래되는 일도 있다.
이런 유형도 있다. 멀쩡하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던 빈 택시가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부르는 승객을 발견하고 갑자기 속도를 높여 불법유턴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운전자는 주위를 살펴가며 유턴을 한다고 하지만 위험천만한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자동차와의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 불법유턴 택시는 과감하게, 속도를 높여 한꺼번에 유턴이 완료될 수 있도록 가속을 하게 되는 게 보통이나 그럴수록 사고 발생 시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대도시지역은 운행 차량이 많고 보는 눈도 많아 매우 위험한 불법유턴을 함부로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운행 차량이 적고 한가한 지역의 중소도시나 지방부 도로에서의 불법유턴은 지금도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중앙선이 그어져 있는 도로건, 신호기가 설치돼 있는 교차로에서건 운전자가 요령껏 시도하면 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도로 상황이 만들고 있는 비정상적인 광경이다.
별 무리없이 불법유턴을 시도한 차량이 맞은편에서 오는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여기에는 영업 운행 중인 택시도 포함돼 있다.
이상에서 보면, 자동차 운행은 규칙을 지킬 때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불법유턴은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임의로 중앙선을 넘어 운행한 교통위반 행위이므로 대부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례조항에서 제외돼 그 사고로 부상자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즉 기소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유일하고도 명확한 선택은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