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강릉 급발진 사고 원인 새 국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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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강릉 급발진 사고 원인 새 국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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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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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 시험 분석 결과 “액셀 밟지 않았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히는 ‘재연 시험’이 지난 4월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제조사의 변속패턴과 불일치·국과수 분석치와도 상이

풀 액셀에도 속도 증가 폭 달라…급발진 주장 힘 실려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사고 현장 도로에서 이뤄진 국내 첫 재연시험 기록을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정밀 분석 결과 '도현이의 할머니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나왔다.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패턴'이 달랐고,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는 국과수의 분석과 비교했을 때 '주행데이터'는 현저히 달랐으며, 풀 액셀을 밟았다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대로 풀 액셀을 밟은 결과 '속도 변화'는 훨씬 컸다.

도현이 가족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으며,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강조했다.

 

27일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가 지난달 이뤄진 국내 첫 재연시험의 감정 결과를 밝히고 있다.

◇제조자 설계자료와 달라 :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약 7억6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도현이 가족은 지난달 19일 진행됐던 공식 재연시험의 감정 결과를 27일 밝혔다.

당시 경찰의 도로 통제 협조와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참관하에 이뤄진 시험에서는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다 제조사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이뤄졌다.

감정 결과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패턴이 이번 실제 주행에서 나온 수치들과 맞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재연시험에서 이뤄진 기어 변속 정보를 토대로 실제 속도와 변속패턴 설계 자료상의 예측 속도를 비교했을 때 일치하는 사례는 1∼2건에 불과했고, 8∼9건은 적게는 시속 4∼7㎞에서 많게는 시속 54∼81㎞까지 차이가 났다.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재연시험에서 변속패턴 설계자료대로 속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고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자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제조사에서는 변속패턴 설계자료를 토대로 EDR 자료상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풀 액셀)인 상태에서 충돌 4.5∼5초 전 분당 회전수(RPM)가 5900에서 4초 전 4500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기어가 3단→4단으로 변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두고도 "변속패턴 설계자료대로 속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음이 확인된 이상 제조사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과수 분석과도 현저히 달라 : '차량에는 결함이 없고,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과수의 분석 결과와 비교했을 때 이번 재연시험의 속도, RPM, 변속단수 등 '주행데이터'도 현저히 달랐다.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상정해 진행된 재연시험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모닝 추돌 직전 시점으로 되돌아가 시속 40㎞에서 변속 레버를 주행(D)으로만 두고 2∼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실제 속도는 시속 40→73㎞, RPM은 3천→6천, 기어는 4단→2단→3단으로 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어가 중립(N)인 상태에서 속도 및 RPM이 각각 시속 40㎞와 6200∼6400으로 일정했다는 국과수의 분석과 전혀 다르다.

도현이 가족은 국과수의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D→N,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는 분석은 이미 앞선 음향분석 감정을 통해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고 밝혀진 만큼, 할머니가 기어 D 상태에서 운전한 게 사실이라면 국과수의 분석은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했다.

모닝 추돌 이후 상황을 가정해 풀 액셀을 밟았을 때도 주행데이터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재연시험에서는 시속 44㎞→120㎞까지 18초가 걸려 높고 빠르게 가속이 이뤄졌지만, 국과수는 40㎞→116㎞까지 24초가 걸렸다고 분석해 상대적으로 낮고 느리게 가속됐다.

RPM 그래프도 재연시험은 단순한 직선 형태를 보인 반면 국과수는 여러 굴곡이 생기는 형태를 띠었고, 변속패턴 역시 재연시험(4단→2단→3단→4단)과 국과수 분석치(2단→3단→4단→3단→4단→3단) 간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감정인은 "가속페달과 변속기어 주행 형태를 볼 때 풀 액셀로 주행할 경우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과 같은 변속기어 패턴이 발생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5초간 풀 액셀인데? : 마지막으로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은 시험을 두 차례 진행했을 때도 속도가 각각 124㎞와 130㎞가 나와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시속 116㎞)보다 속도 증가 폭이 컸다.

도현이 가족은 이처럼 국과수 분석치와 다른 재연시험 결과를 토대로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며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또 EDR이 할머니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하면서도 속도가 시속 110㎞에서 116㎞로 6㎞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과 모닝 추돌 후 40㎞에서 116㎞에 달할 때까지 무려 24초나 걸린 것은 할머니가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도현이 가족 측이 줄곧 주장해온 EDR의 신뢰성 상실과도 연결되는 부분으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서 할머니는 사고 당시 "이게 왜 안 돼"라고 외치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도현이 가족과 제조사는 다음 달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법정 다툼을 이어가며, 이번 재연시험 결과를 두고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또 도현이 가족이 법원에 공식적인 감정신청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해당 시험의 증명력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추정 피해 현장.

‘피해자가 사고 원인 입증’ 불가능

‘제조물법 개정안’ 발의됐으나 표류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5분쯤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이도현 군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경찰은 해당 사건을 10개월 동안 두 번에 걸쳐 국과수에 재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12세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운전자인 도현 군의 할머니에게 이례적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사고 원인으로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냐’, ‘운전자의 페달 오작동이냐’가 쟁점이 됐는데, 법령은 피해자인 운전자가 자동차의 급발진을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어 평범한 자동차 소비자인 민간인 입장에서 불가능한 주문이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도 나서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제조사에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 책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제조사인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공정위는 산업계 파장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보였다. 검찰도 운전자였던 할머니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일정과 맞물려 답보 상태를 빠졌고,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이도현 군의 아버지는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상대로 급발진을 입증하기 위한 법정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논란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느냐, 밟지 않았느냐 여부로 확대되면서 더욱 커졌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운전자 측은 지난달 19일 공식 재연시험을 실시했고 여기서 추출된 각종 데이트를 감정해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는 “우리 가족들의 시간은 사고가 났던 날에 멈춰있다. 저와 가족들에겐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며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억울하게 떠난 도현이가 제게 남겨준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급발진 피해자들은 스스로 피해 입증을 위해 싸우고 있다. 도현이처럼 누군가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 걸 지켜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도현이 가족들은 현재 6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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