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성 변호사의 미래교통] 전기차 화재 시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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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성 변호사의 미래교통] 전기차 화재 시 법적 책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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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로 전기차 판매 부진에 더욱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는 포비아(phobia)로 확대돼 전기차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동화(Electrification)란 모빌리티의 구동 및 관련 기능을 모터와 배터리로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것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다. 전동화의 원천은 배터리이므로 배터리의 안전성이 담보돼야 전동화된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로 화재가 빠르게 확산되는 데다 장시간 화재가 지속되고 재발화하는 등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에 비해 진압이 어렵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고,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되며 장시간 고열의 화재로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

전기차 포비아를 극복하고 전동화를 촉진해 미래 모빌리티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법적 책임의 분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적정한 책임의 분배와 각 책임 주체의 의무를 강화하고 보완하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법적 책임의 분배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일단 화재 감식과 국과수 감정 등 화재 조사로 화재 원인이 규명돼야 최종적인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결정된다. 그런데 화재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일단 피해를 입은 차량이 가입한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차량 화재로 인해 피보험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자기차량손해담보특약(자차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런데 침수, 화재 등 피보험자동차의 단독 사고 시 보험을 받으려면 자차보험을 가입하면서 차량단독사고 보장 특별약관 내지 자기차량손해보장 확대 특별특약까지도 함께 가입해야 한다.

먼저 피해 차량이 자차보험으로 보상을 받은 후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화재 원인 규명에 따라 책임이 있는 자동차의 보험사 또는 소유자에게 구상청구를 해 최종적인 책임의 분배가 이루어진다. 화재 시 자차보험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라면 피해차량의 소유자는 화재 차량의 소유자 또는 소유자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를 해야 하는데, 화재 차량의 소유자가 대물배상에 가입한 경우 보상한도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므로 대형화재 시에는 피해를 온전히 배상받기는 어렵다. 자동차 보험과 별도로 아파트가 가입한 화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는 있으나 보험계약상 보장 범위에 따라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차량 또는 배터리 등 제조물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화재라면 제조사의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가 된다. 우선 화재 발생 영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제조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결함이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라면 배터리 셀의 결함인지 배터리 패킹의 결함인지에 따라서 셀 제조사 또는 배터리 팩제조사가 책임을 지고,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등 차량의 결함이라면 차량 제조사가 책임을 진다. 물론 결함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공동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더라도 화재 발생 영역을 실질적으로 누가 지배했느냐는 법적 다툼이 치열한 쟁점이다.

또한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결함으로 인해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손해 등 확대손해이며, 제조물에 대해서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된다. 제조물 자체에 대한 손해는 민법상 손배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민사 손해배상에 대한 입증책임은 청구인에게 있으나, 제조물의 결함 및 인과관계를 일반인이 밝히는 것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은 입증책임을 완화한다.

2017년 제조물책임법 입증책임 완화에 관한 규정이 명문화되기 이전에 이미 판례는 입증책임을 완화하도록 해석했고, 이를 명문화한 것이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 2(결함의 추정)에 의하면 ▲피해자는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고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고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 결함의 존재 및 손해와 인과관계가 추정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추정이 깨진다.

그런데 입증책임 완화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증명하기 쉽지 않고, 과학적 감정과 소송을 거쳐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피해 복구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화재 피해자는 보험으로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고 구상 청구 등 최종적인 법적 책임에 관한 소송은 보험사가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피해 구제이다. 따라서 향후 전기차 화재에 대해 보험으로 리스크를 분배하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전기차 소유자도 공작물의 소유자·점유자 책임, 불법행위 책임 등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리콜 조치에 응하지 않는 등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관리상 하자가 있거나, 발화된 차량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거나, 화재 발생 이후 화재의 확대방지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 경우라면 차량 소유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소유자나 점유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사의 리콜 조치에 불응하거나 소유자가 임의로 개조하거나 자동차 관리법상 주의의무를 위반하거나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면 소유주도 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라도 화재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서 신속하게 화재신고를 하는 등 확대 방지 조치를 취해야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만약 노후 차량이 아니고 정상적인 점검과 운행을 했고, 장시간 주차를 한 상태에서 발화한 경우라면 소유자·점유자에게 공작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

주차장의 관리 책임 주체 역시 전기차 화재로 인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는 화재 초기 진압, 화재 확대 방지에 중요하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이 주차장 관리의 소홀이라면 관리 주체도 함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전기차 화재 시 각 주체의 법적 책임의 분배, 책임의 근거와 주의의무에 대해서 파악을 해야 각 주체들이 전기차 피해 방지,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책임의 분배가 현재보다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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